'강한 일본'을 부르짖으며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이때, 일본의 독도 도발이 왜,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를 쉽고도 명쾌하게 정리한 '독도戰-소리 없는 전쟁'이 나왔다.
이 저서는 2014년 8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 MBC 작품경연대회 금상, 2015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지역부문 수상을 한 포항MBC 특집다큐멘터리 '독도傳'을 토대로 썼다.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가치 있는 사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모두 담았다.
'독도傳'을 연출한 박찬열 PD와 정꽃님 구성작가가 1693년 늦가을부터 321년이 지난 2015년 올해까지 상당히 긴 시간에 걸친 자료를 취재, 분석하였다.
울릉도 영유권 문제의 발생과 충돌 과정, 조선의 영토로 귀결된 과거의 결말, 근대 이후 독도에 대한 침탈, 현재 일본의 독도 분쟁화 시도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7세기 최초의 한·일 영유권 분쟁 '울릉도 쟁계'를 다룬 1장, 19세기 다시 타오른 일본의 욕망이 마침내 울릉도·독도 침탈, 나아가 한일강제병합으로 귀결된 과정을 다룬 2장,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독도戰을 다룬 3장이 그것이다.
독자들의 흥미와 이해를 돕기 위해 ‘독도 분쟁 연대표’를 실은 것을 비롯해 당시 상황을 재연한 장면과 일러스트, 각종 사료, 전문가 인터뷰, <독도전> 다큐 영상을 담은 QR 코드까지 수록하였다.
필자들은 현재진행형인 독도전을 간단히 줄여 말하면 "1차전은 승리, 2차전은 패배라고 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현재 치러지고 있는 3차전은 과연 승리하였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전 세계의 지도와 교과서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해와 독도' 표기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에서 일본이 더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에 절대로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320년 전, 동해상의 한 섬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한·일 최초의 영토 분쟁인 '울릉도 쟁계'에서 시작한다.
조선에서는 '울릉도 쟁계', 일본에서는 '죽도(다케시마)일건'이라 부르는 일련의 사건들이 2015년 현재에도 진행 중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 즉 독도에 대한 일본의 욕망의 시작과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도의 소유권을 다룬 독도 이야기이자, "이웃한 두 나라가 동해를 사이에 두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바다와 땅(섬)을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전쟁 이야기"다.
사실 일본인들이 현재 독도를 부르는 명칭인 '죽도', 즉 '다케시마'는 울릉도의 옛 이름이다.
1693년 4월 울릉도를 노린 쓰시마번의 치밀한 계획 아래 일어난 안용복·박어둔 납치사건에서 시작된 '울릉도 쟁계'는 치열한 외교전 끝에 마침내 일본의 에도 막부가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의 영토로 인정해, 자국민에게 '죽도도해금지령'을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울릉도 쟁계 이후 조선은 2년에 한 번씩 수토사를 파견해 왜구가 침입한 흔적은 없는지 살피는 동시에 토산물과 지형을 조사하며 울릉도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나갔다.
이후 200년간 이어진 조선의 수토제도는 울릉도·독도에 대한 영토주권 의지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울릉도와 독도는 또다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1876년 7월 무토 헤이가쿠라는 자가 '송도개발건의서'를, 1877년 1월 도다 다카요시라는 자가 '죽도도해청원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하면서부터다.
이름은 달라도 이들이 개척하고 싶었던 섬은 울릉도였다.
울릉도의 이름이 이처럼 두 개가 된 것은 서양 지도의 오류 때문이다.
1840년 네덜란드 의사 시볼트가 앞서 다른 사람이 '아르고노트'와 '다줄레'라고 이름 붙인 섬이 각기 다른 섬인 것으로 생각하고 아르고노트를 '다케시마', 다줄레를 '마츠시마(송도)'라고 병기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로 인해 울릉도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없던 일본 사람들이 혹자는 '죽도'라 부르고, 혹자는 '송도'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메이지 정부 역시 '죽도도해금지령'에 의해 이들의 건의서를 기각한다.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의 영토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또다시 울릉도에 드나들며 전복 등의 수산자원을 채취하고 무차별 벌목을 일삼자, 고종이 1900년 10월 25일 마침내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반포한다.
울릉도와 그 부속 섬이 대한제국의 영토임을 일본과 주변 국가들에 공표한 것이다. 지난 2010년에 제정된 '독도의 날'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 무렵 일본은 울릉도에서 독도로 눈을 돌린다.
울릉도를 드나들던 오키 섬 어부들이 독도에서 엄청난 수의 강치를 발견한 것이다.
수산업자 나카이 요사부로는 독도 강치잡이를 독점할 목적으로 '량코도(독도) 편입과 차용 청원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내무성은 량코도(독도)가 조선의 영토라며 이를 기각했으나, 제국주의 침탈을 시작한 일본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가치에 주목한 외무성은 나카이 요사부로의 청원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 무인도는 다른 나라가 이를 점유했다고 인정할 형적이 없다"며 독도 편입을 의결하고 1905년 2월 22일 시마네현 고시 제40호를 통해 독도를 시마네현에 강제로 편입한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내정간섭을 받고 있던 대한제국은 비밀리에 진행한 일보의 독도 편입 사실을 알 수조차 없었다.
독도 편입에 앞서 서양 사람들이 붙인 '리앙쿠르(Liancourt, 량코도)'라는 이름 대신 새 이름이 필요했던 일본 정부가 오키 섬에 독도의 이름을 문의하자, 오키 도사가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죽도(다케시마)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대답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오키 도사의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독도 이름이 다케시마로 된 것이다.
필자들은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말로 갖고 싶었던 땅, 자원이 풍부했던 땅, 17세기부터 일본이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이름 '다케시마(울릉도)'에 대한 열망이 투영돼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은 독도를 포함한 모든 영토를 한국에 반환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독도가 무주지였으며, 1905년 시마네현의 독도 편입은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하며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독도가 무주지가 아니라 언제나 울릉도와 함께 관리, 활용되어 온 한반도 영토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첫 번째 증거는 '울릉도 쟁계' 이다.
먼저 안용복이 일본 측 기록에 남긴 자료이다.
안용복은 처음 일본에 납치돼 갔을 때도 "울릉도는 본래 조선 땅"이라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두 번째 일본에 갔을 때는 지도까지 첨부해서 울릉도와 자산도, 즉 독도까지도 강원도에 속하는 섬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1대 수토사 장한상도 독도에 관한 기록을 '울릉도 사적'에 남겼다.
더욱이 당시 일본 돗토리번이 막부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일본의 어떤 지방도 울릉도와 독도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증거는 일본 시마네현 도서관에 소장 중인 오야 가문의 기록에 나오는 '죽도지내송도(竹島之內松島)'란 문구다.
'죽도(울릉도) 안의 송도(독도)'란 뜻으로, 일본인들이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 섬인 것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세 번째 증거는 대마도 종가 고문서 no.4013이다.
"죽도와 송도 모두 조선의 울릉도인가? 아니면 죽도는 울릉도이고 송도는 조선 밖의 땅인가"라는 에도 막부의 질문에 쓰시마번이 "송도(독도)도 죽도와 마찬가지로 일본인이 도해하여 어로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 섬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네 번째 증거는 1877년 당시 일본의 최고 권력기관인 태정관 지령이다.
'죽도 외 1도'는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지령이다.
판단 근거는 역시 울릉도 쟁계였다.
더욱이 태정관 지령에 첨부된 '기죽도 약도'에는 독도의 위치까지 정확히 그려져 있다.
다섯 번째 증거는 울도군수 심흥택 보고서이다.
1906년 3월 28일 시마네현의 관리와 그 일행이 심흥택을 방문해 다케시마(독도)가 시마네현에 편입되었다고 통보하자, 바로 다음 날 심흥택은 중앙정부에 긴급 보고서를 올린다.
보고서 첫머리에는 '본군 소속 독도'라고 명시돼 있다.
울도군수는 울릉도와 그 부속도서도 관리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주권을 빼앗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박찬열·정꽃님 저/나무와숲 간/224면/15,000원독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