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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준양 불구속, 포스코 수사 맥빠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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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기업 비리 환기했지만 檢 한계도 노출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윤성호 기자)

 

검찰이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 핵심 피의자들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한 채 포스코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내사 기간까지 포함해 무려 9개월이 걸린 장기 수사였지만 성적표는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오랜 내사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정동화 배성로 영장 기각으로 휘청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11일 핵심 피의자들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식적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해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60) 동양종합건설 회장 등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포스코 건설 및 본사의 비리로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은 17명이며, 협력업체 관계자가 13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이용 전 산업은행 부행장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의 포스코 그룹 수사는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부터 첩보와 국세청 고발사건이 접수됐으며 올해 2월 일부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본격적인 내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3월 포스코건설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의 신호탄을 울렸다. 이후 베트남 건설현장의 하도급 대금을 부풀리거나, 하도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현직 임원들이 구속됐다.

하지만 5월 23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는 한차례 휘청거렸다. 검찰은 두 달 간의 추가 수사로 혐의를 보충해 7월 23일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두번째로 기각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8월에는 포스코그룹에서 해외 공사를 수주하는데 특혜를 받은 의혹이 있는 배성로 동양종합건설 회장에 대한 영장도 기각됐다.

검찰은 동양종건이 숨겨진 실세로 정준양 회장 재임시절 급성장했고 경영진과 유착됐다고 의심했지만, 법원은 "제출된 수사자료와 피의자의 소명 내용에 비춰볼 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잇따른 구속영장의 기각으로 길게 끌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은 포스코 수사에 대판 회의적인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 2라운드 수사해놓고 이상득 정준양 등 불구속 결정…맥빠진 마무리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9월부터 포스코 본사를 겨냥해 정준양 전 회장을 소환하기 시작하면서 동양종합건설 특혜 의혹 및 성진지오텍 부당 인수 과정 등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최측근이 실소유주로 있는 협력업체 '티엠테크' 비리가 포착됐다.

검찰은 티엠테크를 시작으로 대기측정협력업체 W사와 자재운송 협력업체 N사 등 여러곳의 협력업체들을 잇따라 압수수색했다. 이 전 의원 뿐 이나라 6선의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이 흘러나온 것도 이 때이다.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때 도움을 주거나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이 전 의원이 지정한 협력업체 세곳에 일감을 몰아줘 30억원의 이득을 챙기게 했다고 보고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왠일인지 혐의를 확신하던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망설였다.

오랜 기간을 고심하던 검찰은 결국 10월 26일 이 전 의원이 고령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대검찰청에서 영장 청구를 반대해 수사팀과 마찰이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 전 의원의 불구속 기소 이후 또다시 한참이 지나서야 핵심 피의자들을 불구속 상태로 일괄 기소하면서 맥빠진 마무리가 됐다.

◇ 뿌리깊은 포스코 비리 환기시켰지만… 특수수사 한계점 노출시켜

그럼에도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포스코 비리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일반 기업과는 달리 포스코는 정권이 바뀌면서 사유화되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주인없는 포스코에 주인이 너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너가 없는 포스코에서 임기가 한정된 전문경영인이 정치권과 유착하거나 특정 하도급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선심을 쓰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기업임에도 대한민국 경제 건설 상징으로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포스코에 과거 공기업의 잔해로 만연해 있던 비리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사는 너무 오래 걸렸고, '몸통'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성과가 미비했다.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가면서 특수수사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사 장기화 논란에 대해 검찰은 "기업 관련 수사는 계좌추적과 회계분석, 다수의 참고인 조사 등과 관련해 중앙지검 한 개의 부서에서 수사하는 사안이었음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핵심 피의자들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영장을 청구한 19명 중 기각된 사람은 2명 뿐"이라며 "법원의 소명부족은 피의자 측근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음에도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검찰과의 견해 차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검찰이 신병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하면서도 불구속 기소에 대해서는 봐주기식 수사라거나 수사 미진이라는 비판이 병존하고 있다"며 스스로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이병석 의원의 협력업체 특혜 제공 의혹 등 남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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