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가 갈 곳이냐?' 한국 야구 국가대표 거포 박병호(사진)에 대해 독점협상권을 따낸 메이저리그 구단은 10일(한국 시각) 미네소타 트윈스로 밝혀졌다. 향후 30일 동안 둘은 계약 협상을 진행한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미네소타 홈페이지)
KBO 리그 홈런왕을 품에 안을 메이저리그(MLB) 구단은 미네소타로 밝혀졌다. 박병호(29 · 넥센)와 독점협상권에 대한 최고 입찰가를 써낸 트윈스 구단이었다.
미네소타와 MLB 사무국은 10일(한국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트윈스 구단이 박병호와 협상권을 따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네소타는 향후 30일 동안 박병호와 계약 협상에 들어간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박병호는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박병호는 일단 내년에는 MLB에서 뛰지 못하고 일본 등 타 리그에 진출하거나 넥센에 잔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MLB를 꿈꿔온 박병호인 만큼 연봉 등 계약 조건만 맞으면 KBO 리그 LG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트윈스 구단에서 뛰게 된다.
그렇다면 박병호에게 협상 대상이 미네소타로 정해진 것은 득일까, 실일까. 과연 미네소타가 박병호가 꿈을 이루기 위해 적합한 구단일까.
▲미네소타, 부자-인기 구단은 아니다지난해 박병호의 넥센 동료 후배였던 강정호(28 · 피츠버그)처럼 의외의 결과였다. 대표적인 스몰 마켓 구단인 미네소타가 거액을 투자해 박병호를 잡으리라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당초 MLB 사무국은 박병호에 대한 교섭권 입찰 결과 최고액이 1285만 달러(약 147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가 2000년 시애틀과 계약 협상 당시 기록한 1312만5000달러에 이은 아시아 야수 역대 2위의 포스팅 금액이었다. 2012년 류현진(28 · LA 다저스)의 2573만7737달러 33센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강정호의 500만2015달러의 2배가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병호 형, 어서 오세요' 박병호에 앞서 2013년과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LA 다저스 류현진(오른쪽)과 피츠버그 강정호.(자료사진=노컷뉴스, 피츠버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스턴과 볼티모어, 뉴욕 양키스 등 부자 구단이 박병호와 협상권을 따낸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은 "포스팅 금액은 연봉 등 계약 규모를 산정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박병호는 1000만 달러 정도 연봉에 4년 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큰 돈을 쓸 구단은 많지 않다"고 전망했다.
팀의 인기와 부가 비례하는 MLB에서 미네소타는 최근 팬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고, 가난한 구단으로 꼽힌다. 총 연봉에서 미네소타는 30개 구단 중 18위에 머물 정도다. 성적도 2011, 201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그치는 등 지나해까지 4년 연속 5할 승률을 밑돌았다.
때문에 박병호가 미네소타에서 뛰면 인구 구단이 아닌 만큼 주목도 덜 받을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은 2012시즌 뒤 부자이자 전국구 인기 구단인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다저스 3선발로서 2년 연속 14승을 따내면서 스타로 거듭났고, 흥행과 유니폼 판매 등 구단 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다저스의 인기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때문에 박병호가 앞서 언급됐던 보스턴과 양키스, 텍사스, 볼티모어 등 인기팀에서 뛰었을 때보다는 관심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네소타는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구단은 아닌 까닭이다. 연봉에서도 화끈한 기대를 하기에는 쉽지 않다.
▲'기회의 땅?' 주전 경쟁은 오히려 유리그러나 오히려 미네소타는 박병호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없는 살림에도 박병호에게 적잖은 금액을 쏟아부을 각오가 된 만큼 구단이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팬들과 언론의 지나친 관심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연착륙할 여지도 그만큼 크다.
송재우 위원은 "만약 강정호의 피츠버그처럼 스몰 마켓 구단이 박병호에 거액을 들여 협상권을 따낸다면 이는 확실하게 주전급으로 쓰겠다는 의지"라면서 "또 4년 이상 장기 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 박병호도 거취에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정호 역시 올해 초반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듯했으나 구단의 중용으로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보장받았고, 만족할 만한 데뷔 시즌을 치렀다.
'마우어 형, 우리 잘해봅시다' 박병호(왼쪽)가 만약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는다면 1루수 조 마우어(오른쪽)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할 전망이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미네소타)
주전 경쟁도 빅 마켓보다는 수월하다. 현재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자리인 주전 1루수는 조 마우어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마우어는 포수로서 2006년과 08, 09년 리그 타격왕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고질적 무릎 부상과 2013년 뇌진탕 증세까지 겪으며 포수로서 기량이 떨어졌고, 타격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1루수로 뛰었다. 지난해 120경기 타율 2할7푼7리 4홈런 55타점을 올린 마우어는 올해 158경기 타율 2할6푼6리 10홈런 66타점에 그쳤다. 올해 80경기 타율 2할6푼6리 18홈런을 때린 미겔 사노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신인인 데다 3루와 지명타자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KBO 리그에서 2년 연속 50홈런을 날린 박병호는 MLB에서 20~30홈런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KBO 리그 40홈런을 날린 강정호는 올해 부상으로 풀타임을 뛰지 않고도 15홈런을 날렸다. 초반 적응만 성공하면 박병호 역시 20홈런 이상은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미네소타는 지난 4년 동안 리빌딩 이후 올해부터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비록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나 83승79패로 지구 2위에 올랐다.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중 타율 14위(2할4푼7리), 홈런 10위(156개)로 빈약한 타선을 박병호가 보강한다면 가을야구를 충분히 노릴 수 있다. 2002년부터 3년 연속 디비전 우승과 06년, 09년, 2010년 등 지구 우승의 영광 재현을 노려볼 만하다.
박병호를 품에 안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미네소타. 박병호가 16살 때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던 구단으로도 알려진 미네소타는 14년을 기다린 끝에 비로소 한국 최고 거포 영입을 눈앞에 뒀다. 과연 미네소타는 박병호에게 행운일까, 불운일까. 둘의 궁합은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