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차량 접촉사고로 범퍼커버가 살짝 긁혔을 경우 범퍼를 마음대로 교체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안전에 이상이 없으면 교체할 수 없도록 구속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토교통부는 규범화에 신중한 모습이다.
◇ 수리한 범퍼, 충돌시험 결과 안전기준에 부합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 모씨는 아파트에서 차를 세우다 주차된 차량의 앞범퍼를 살짝 들이받았다.
범퍼커버가 약간 긁힌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지만 피해차량 주인은 수리하는 대신에 범퍼 전체 교체를 요구했다.
범퍼 속 충격흡수장치가 손상이 안된 경미한 차량 사고가 났을 때도 범퍼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사례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A보험사의 경미사고 기준 범퍼 교체율은 지난 1~10월까지 앞범퍼가 76.9%, 뒷범퍼는 88.0%였다. 지난해 앞뒤 범퍼 교체율은 각각 75.1%, 92.3%였다.
범퍼를 비롯해 차량부품의 교체율이 높으면 결국 일반 보험소비자의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미한 자동차사고 수리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수리한 범퍼와 새 범퍼를 놓고 충돌시험과 품질.성능 시험을 실시했다.
먼저 소나타 차량에 수리한 범퍼를 달고 진행한 충격흡수시험 및 자동차 충돌시험을 실시한 결과 모두 자동차 안전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흡수장치가 고장나지 않고 범퍼커버만 손상된 경우라면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11개 차종의 범퍼를 대상으로 진행한 품질·성능시험에서도 수리한 범퍼 모두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품질·성능시험은 수리부위에 대한 열 내후성, 주행상태에서 수리부위 진동, 인장력.굴곡력에 대한 저항성 시험 등으로 진행됐다.
수리한 범퍼의 안전과 성능에 특별한 하자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범퍼커버만 조금 손상됐으면 교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 국토교통부 “이해관계자 다양한 의견수렴 해야” 범퍼커버 사고수리기준이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고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강제성을 띠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별로 의견이 엇갈린다.
경미한 자동차사고수리기준을 규범화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생각이다.
보험약관에만 내용을 넣고 고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구속력이 없어 교체율이 대폭 줄지 않을뿐더러 수많은 민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의견은 다소 다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해관계자가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규범화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고시를 하기 위해서는 상위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자동차관리법 및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관련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미한 자동차사고 수리 기준 마련까지는 부처간 의견조정 등 적지 않은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고시까지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행정지도 등을 통해 제도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달 말 경미한 자동차사고 수리기준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앞으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