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 (사진 제공/KBL)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외모는 순하지만 선수들을 지도할 때는 그만한 터프가이도 없다. 막말도 잘한다. 그러나 사건·사고는 없다. 코트 밖에서는 그만한 신사도 없다. 위성우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날 선수들에게 시원하게 밟혀(?) 주는 것으로 모든 것을 보상한다. 지난 3년간 반복된 풍경이다.
2일 오후 경기도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의 시즌 첫 맞대결.
우리은행의 박혜진이 3쿼터 중반 4번째 반칙을 범했다. 우리은행이 40-23으로 크게 앞서있었지만 박혜진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5반칙 퇴장 만은 막아야 했다.
박혜진이 4번째 반칙을 하고 벤치를 바라봤을 때 코칭스태프는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박혜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괜히 욕 먹을까봐 벤치에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살 수 있는 길이었다"며 웃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위성우 감독의 눈치를 많이 본다. 박혜진도 예외는 아니다. 박혜진은 "경기 초반에 감독님께서 적극적으로 하라고 좋게 좋게 말씀해주셨다. 그런데 나는 좋게 말씀하시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감독님께서도 좋게 얘기할 때 잘하라는 말씀을 가끔 하신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파울트러블을 극복하고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위성우 감독의 일침에 적극성도 깨어났다. 박혜진은 16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우리은행의 63-51 승리를 이끌었다.
위성우 감독의 다음 타겟(?)은 외국인선수 스트릭렌이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위성우 감독은 아쉬움이 많다. 어떻게든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혹독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싸움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 선수와 나와의 싸움"이라며 "2년 전 신한은행에서 뛸 때의 모습을 보여주면 올 시즌 팀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