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음료 브랜드 펩시는 코카콜라에 뒤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의 다양한 음료를 고객이 원하는 대로 조합해 마실 수 있도록 한 디지털 자판기를 만들었다.
'스파이어(Spire)'가 그것이다. 이 자판기는 펩시 콜라, 닥터 페퍼, 마운틴 듀 같은 자사 제품에 딸기, 바닐라, 오렌지 등 9가지 맛 중 원하는 것을 소비자가 직접 첨가할 수 있도록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소비자는 직접 만든 음료에 새 이름을 붙여서 친구들과 공유했다. 더 맛있는 맛을 찾기 위해 펩시를 더 많이 찾았다. 자연스레 펩시라는 브랜드는 '개성' '창조' 등의 이미지와 연결됐고, 매출도 급상승했다.
요즘 뜨는 마케팅 기법인 '테크피리언스(Techperience)의 성공 사례다. 테크놀로지(technology·기술)와 익스피리언스(experience·경험)를 조합한 테크피리언스는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제품의 핵심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기업에서는 마케터에게 새로운 기획안을 요구하지만, 소비자는 기업이 요구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무엇을 원한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 이러한 불협화음에 대한 해법을 테크피리언스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신간 '테크피리언스'(지은이 김대영 외·펴낸곳 쌤앤파커스)는 그 길잡이 격이다. 이 책은 변화된 마케팅 환경, 최고 기업들이 실행에 옮기고 있는 테크피리언스 마케팅의 핵심 내용과 실행을 위한 조언을 담았다.
'디지털 기술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살아남거나 도태되거나 혹은 예전보다 훨씬 큰 호황을 맞이하는 기업들이 각각 분류되었다. (중략) 기술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기업의 미래는 없다. 마케터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크고 중대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술이 어떻게 고객의 삶을 바꾸게 될지를 예측하고 다른 기업보다 먼저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38, 39쪽)
◇ "아직 기술까지 볼 수 있는 마케팅 고수는 거의 없다"
테크피리언스ㅣ김대영 외ㅣ쌤앤파커스
이 책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온 제품에 또 다시 혁신을 추가하고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고 강조한다. 간단한 기술에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테크피리언스 마케팅이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의 잠재적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디즈니랜드는 매직 밴드를 이용해 이것을 착용한 이용객이 어떤 행동 패턴을 보였는지 모두 데이터로 수집한다. (중략) 이렇게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시험 운영한 결과 이용객 수가 40%나 늘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디즈니랜드는 첨단 기술을 동원해 새로운 놀이 기구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놀이 기구를 그대로 이용하되,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간단한 기술을 적용했을 뿐이다.' (87, 88쪽)
이는 마케팅 전략이 제품 혁신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단적인 사례다. 지은이가 "마케팅이 기술을 대하는 관점부터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기술에 대한 이해가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소비자의 욕구를 드러낸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