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냐, 볼넷이냐' 넥센의 홈런 야구를 이끄는 거포 박병호(왼쪽)와 두산의 짜임새 있는 공격의 한 축을 이루는 박건우(가운데), 김재호. 사진은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득점하며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넥센, 두산)
넥센이 두산에 반격의 1승을 올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PO). 2연패로 벼랑에 몰렸던 넥센은 13일 3차전에서 5-2로 승리,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염경엽 넥센 감독은 "우리다운 야구로 이겼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3차전은 넥센의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났다는 것이다.
넥센다운 야구는 무엇일까. 바로 홈런이다.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오는 큰 것 한 방이 터지는 야구다. 이날 넥센은 3회 서건창, 4회 김하성이 두산 유희관으로부터 1점 홈런을 날리면서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했다.
홈런이 터지자 공격의 물꼬도 터졌다. 넥센은 5회 박병호, 유한준의 안타, 상대 폭투, 김민성의 희생타로 1점을 더 뽑았고, 7회도 박병호의 볼넷과 유한준, 김민성의 2루타로 2점을 추가,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의 역투도 든든한 타선 지원 속에 이뤄졌다. 7⅔이닝 10탈삼진 5피안타 3볼넷 2실점한 밴 헤켄은 경기 MVP에 올랐는데 5회까지 3점, 확실한 리드가 있었다.
넥센 김하성(왼쪽)과 서건창이 13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상대 선발 유희관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날린 뒤 타구를 응시하는 모습.(목동=넥센)
이후 필승 카드 조상우의 마무리까지 넥센다운 야구의 정수였다. 염 감독은 "밴 헤켄이 최고의 투구를 펼쳤고,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추가점이 나와야 할 때 나와 쉽게 경기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넥센다운 야구는 목동이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203개 단연 홈런 1위의 넥센은 그 중 60% 가까운 117개를 목동에서 날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경기 후 "넥센이 홈 구장을 정말 적절하게 사용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넥센은 대포? 두산은 소총과 눈 야구
반대로 보자면 두산다운 야구는 나오지 못했다. 넥센보다 힘은 떨어지지만 짜임새를 갖춘 타선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했다.
두산 타선의 특징은 끈질긴 승부다. 올해 두산은 삼진이 10개 팀 중 최소(820개)였다. 경기당 5.7개로 1076개의 넥센보다 경기 평균 2개 가까이 적었다. 대신 볼넷은 10개 팀 중 3위(567개), 경기당 3.93개를 얻어냈다. 넥센은 544개였다. 삼진은 적고 볼넷은 많아 상대 투수들이 애를 먹는다.
하지만 3차전에서 두산은 밴 헤켄에게만 삼진을 10개나 당했다. 대신 볼넷은 3개를 얻어내는 데 그쳤다. 정민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두산 타자들은 상대 필승 카드 조상우를 빨리 끌어내려면 밴 헤켄이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게 해야 하는데 빠른 승부를 한 게 아쉬운 결과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결국 두산은 7안타 3볼넷 2득점으로 10안타 5득점한 넥센에 비해 득점 생산력이 떨어졌다.
'아싸~, 볼넷이다' 두산 허경민이 지난 11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볼넷을 얻은 뒤 1루로 뛰어가는 모습.(자료사진=두산)
1, 2차전 두산 연승의 원동력은 두산다운 야구였다. 두산은 1차전에서 볼넷 7개와 사구 1개 등을 얻어내며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놨다. 특히 3-2로 뒤진 9회말에만 사사구 4개를 얻어내 극적 동점을 이뤘다. 이날 홈런 2방을 몰아친 넥센다운 야구를 뒤집은 두산다운 야구였다. 2차전에서도 두산은 넥센보다 2배 많은 6개의 볼넷을 골라냈는데 선제 득점과 결승점의 시작이 됐다.
두산 중심 타자 민병헌은 2차전 승리 뒤 목동 원정에 대해 "야구장이 좁고 장타 위주의 팀이 유리한 게 맞다"면서 "우리는 크게 치는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똑같이 경기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단 3차전에서 넥센다운 야구에 맞선 두산다운 야구는 나오지 못했다.
각자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승리를 챙겼던 두산과 넥센. 과연 넥센이 넥센다운 야구로 시리즈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지, 두산이 두산다운 야구로 PO 진출을 확정지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