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방관자'서 '공모자'된 언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재발방지 대책 등 담은 조정권고안 발표 뒤…언론,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 자청"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반올림 교섭단과 피해자 가족들이 제6차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백혈병 피해보상 조정위원회'를 앞두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반올림 교섭단은 "삼성이 가대위 여섯명 중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 조정회의를 보류한 채 독단적으로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다시는 약속과 원칙을 함부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엄중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윤성호 기자)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 보상,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담은 조정권고안이 지난 7월 23일 발표된 뒤, 대다수의 언론이 이를 왜곡·편파 보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사의 자기성찰, 언론사간 상호견제, 시민사회의 비판력이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주최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보도를 통해 본 삼성의 언론지배' 토론회에서다.

이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방희경 연구원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언론보도의 문제점' 주제발표를 통해 "조정권고안이 나온 뒤 언론이 삼성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김지형 변호사(전 대법관)를 위원장으로 출범한 조정위원회는 삼성에 1000억 원 기부를 제안했다.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공익법인을 설립해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업무를 수행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방 연구원은 "언론은 조정권고안에 두 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하나가 사건 전체에 대한 침묵과 외면이고, 다른 하나는 조정위 권고안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권고안이 '보상, 대책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공익법인)와 그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삼성전자와 반도체협회)를 분리시켰다'는 삼성 측의 불만을 언론이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조정위 설치를 합의한 것은 삼성과 가족대책위(2014년 8월, 반올림 소속 피해자·가족 중 여섯 명이 따로 발족한 단체)였는데도, 삼성은 또 다시 조정위 권고안을 거부하고 나섰다"며 "조정위가 제시한 보상은 '개인'에 대해 협소하게 입증되는 보상이 아니라 '사회적 부조' 정신에 따른 사회적 보상과 책임의 문제요, 공익적 목적에 따라 실현되는 '공동선' 실현의 문제"인데도, 주류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그 자세한 내용들을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왜 언론은 삼성의 충실한 대변자로 나서고 있을까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이 주최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보도를 통해 본 삼성의 언론지배'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임자운 변호사(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2007년부터 시작된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두고 예전에는 일부 진보성향 언론의 노동부 혹은 사회부 기자들만 관심을 보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성향의 언론사에 소속된 경제부 혹은 산업팀 기자들이 주로 취재를 한다"며 "특히 삼성전자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기사를 많이 쓰는데, 문제는 그들이 이 사안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리게 쓰는 기사가 많다"고 전했다.

삼성과 가족대책위, 반올림의 주장을 뒤섞어 쓰거나, 반올림이라는 시민단체의 성격, 교섭이 시작된 배경, 조정위가 도입된 과정 등에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언론은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겨지는데, '삼성이 광고를 빼는 순간 언론사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모든 언론이 삼성과 관련해서는 홍보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널리 알리고, 이러한 언론 문제를 이슈화 해서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대한민국 언론은 여전히 개혁의 대상이고 처절한 자기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며 "과도한 경쟁에 휩싸여 하루에 7, 8건의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에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언론과 접촉하고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시민들의 관심사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인데, 사람이 죽어 나가는 삼성 반도체 사건에 언론이 입을 다문 것은 양심을 판 행위"라며 "언론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보면서도 외면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슴 아프게 변했다는 반증이다. 언론이 사실을 파고들지 못한다면 '나 삼성에게 얼마 받아서 못 쓴다'는 양심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세화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지도자문위원(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은 "삼성이라는 거대한 성체로부터 오염된 힘들이 언론을, 더 나아가 사회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에 관한 엄중한 문제"라며 "추악하고 뻔뻔한 언론의 행태는 더욱 심해질 텐데, 이는 언론사 내부의 자기성찰에 의한 절제, 언론사간 상호견제에 의한 절제, 아래로부터 오는 시민들의 비판력에 의한 절제가 모두 작동하지 않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이 누구를 두려워할까를 생각해 보면 결국 소비자인데, 삼성의 제품을 비판 없이 소비하는 우리는 잡초를 아예 없앨 생각만 할 뿐 (더욱 자라기 전에) 뽑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사실 희망은 없다. 희망이 없다는 점을 직시한 자리에서 작은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잇다고 본다. 그동안 민주주의와 노동을 분리시켜 온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폭넓은 자기성찰과 이에 따른 실천력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