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제주도, 전국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1위'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 보도자료)# 사례 2. '작년 범죄 발생 1위는 부천원미경찰서, 2위 강남 3위 송파'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 보도자료)# 사례 3. '올 여름 휴가철 해수욕장 성범죄 충남 대천해수욕장 9건으로 가장 많아'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보도자료)'범죄 발생 1위 지역' 발표는 국정감사 단골 주제 중 하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목에서부터 특정지역을 앞세운 보도자료들이 의원실마다 이어졌다.
대전·충남지역도 숱하게 오르내렸다. 황인자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충남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발생비율이 전국에서 5번째로 높았다.
(사진=노컷뉴스/자료사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검찰 자료를 토대로 대전·세종·충남이 존속살해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해 충남 논산은 살인 발생 1위로 지목되면서 지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성범죄 최다 발생지로 꼽힌 충남 대천해수욕장은 이용객당 발생비율이 아닌 건수 기준이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는 1건 차이지만 이노근 의원의 발표 이후 '전국 1위'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지역 간 범죄 발생 비교를 통해 높은 순위에 오른 지역들은 위험한 곳으로 낙인이 찍히면서 적지 않은 속앓이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경·검의 공식 범죄통계를 인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해당 지역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의 알권리와 대책 수립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
그런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이 지역들이 정말 '범죄 발생 1위'가 맞느냐는 것이다.
"발생건수라고 하면 실제 그 지역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시민들이 신고한 사건 중에서도 경찰이 정식으로 입건한 건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지역마다 신고비율도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거죠."
탁종연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 2007년 범죄피해조사에서 재산범죄에 대한 A지역의 신고율은 24.2%로 가장 높은 반면 가장 낮은 B지역은 9.5%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그러니까 똑같이 100명이 피해를 입으면 A지역은 약 24명, B지역은 9명만 신고를 한다는 뜻인데, 현재 국회의원들이 지역 간 비교에 쓰는 '공식 범죄통계'는 바로 이 24명, 9명만 반영된 수치다.
집계된 건과 실제 상황의 간극이 매우 클 수 있다는 것.
탁종연 교수는 "보통 경찰이나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은 곳일수록 신고율이 높은 편"이라며 "신고를 많이 해서 발생건수가 올라간 지역이 마치 위험한 지역인 것처럼 비춰지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발생 1위로 기록된 제주는 다른 범죄에서도 대체로 높은 순위를 보였는데, 여기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로 범죄율 계산 과정에서의 한계. 현재 범죄율은 발생건수를 주민등록 인구수로 나눈 뒤 10만을 곱하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등록된 주민 외 관광객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범죄율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범죄 발생에 대한 분석은 필요하지만, 활용되는 지표에 한계가 있음을 함께 알리는 한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탁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공식 범죄통계로 지역 간 범죄 위험도를 비교하는 일을 하지 않는 추세"라며 "정확도가 떨어지는 통계로 특정지역 낙인찍기처럼 가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