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노후보장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유럽국가들은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사적연금 가입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연금제도를 개선해 운영하고 있다.
◇ "독일 리스터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부의 재분배 효과"OECD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계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인 12.6%를 크게 웃돌아 34개 회원국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96개국을 대상으로 60세 이상 노인복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60위로 과테말라나 크로아티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노후소득 보장 제도가 완전하지 않아 앞으로 노인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현재 40% 수준에 불과하고 2060년 고갈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빈곤층에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노년층 빈곤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은퇴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퇴직연금도 가입이 아직 저조한 실정이다.
또 경제적인 사정이 넉넉지 않은 저소득층은 개인연금 가입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고령사회에 대비해 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를 맞은 선진국들은 연금제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고 있는 지, 독일과 프랑스 사례를 살펴보자.
독일의 대표적인 연금제도는 사적 연금에 가입을 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리스터 연금'이라 할 수 있다.
리스터 연금은 가입자의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가 결정되고 저소득층이나 자녀가 있으면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가가 직접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가입한 사적 연금 상품에 정부가 보험료를 내주는 방식이다.
처음 보험료를 낼 때, 또 보험료 적립금 수익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고 마지막에 연금을 수령할 때만 과세가 이뤄진다.
리스터 연금은 소득재분배는 물론 출산율 증가를 동시에 고려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토마스 뤼크 독일보험협회 사회정책부 소속 사회경제학자는 "리스터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부의 재분배 효과"라며 "저소득 가구는 자기 부담률의 80%를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리스터 연금 가입자도 크게 증가했다. 도입 첫해인 2001년 140만명에서 2005년 563만명, 2007년 1,076만명, 지난해는 1,596만명으로 늘었다.
토마스 뤼크 학자 (사진=생명보험협회 제공)
◇ 프랑스, 자영업자·저소득층 연금 운용프랑스는 연금 의무가입 비중이 기본적으로 높고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다양한 계층을 연금제도 안으로 유인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는 공적연금과 기업연금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들 연금이 프랑스 전체 연금 수입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이고 소득대체율은 62%에 이른다.
사적연금은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연금제도에서 소외되기 쉬운 저소득층을 위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적연금 가입자는 주식, 펀드, 채권 등 여러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각 투자 상품마다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투자기간이 8년이 넘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호세 데글리-에스포티 BNP파리바 리테일뱅킹 부문장은 "프랑스의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보험사에서는 은퇴 준비가 고민인 저소득층, 중산층, 아파트를 소유하지 않은 계층을 위한 상품을 중점적으로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도 노후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연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에는 퇴직연금 의무 가입 등을 골자로 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생명보험업계 등은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고 보고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 확대와 저소득층에 사적연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에 사적연금 보조금을 지급하면 당장 정부의 부담이 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정부의 고령화 리스크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현재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실효성이 있는 후속대책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