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감히' 삼성 선수들이 22일 NC와 홈 경기에서 2-0 영봉승을 거둔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대구=삼성 라이온즈)
지난달 31일 NC 주포 나성범은 "삼성을 잡고 1위로 올라가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당시 NC는 삼성과 승차는 1.5경기였고, 이달 1일부터 마산 홈에서 2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시리즈를 모두 이긴다면 1위로 올라설 호기였다.
더욱이 NC의 8월 기세는 무서웠다. 19승5패, 승률이 무려 7할9푼2리에 이르렀다. 삼성도 지난달 15승9패, 승률 6할2푼5리의 호성적을 거뒀지만 NC의 상승세가 워낙 가팔랐다. 7월 말까지만 해도 삼성과 5.5경기 차 4위였던 NC는 한 달 만에 1.5경기 차 2위로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나성범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NC는 홈에서 삼성에 2연패를 안고 주저앉았다. 1일 9회말 이종욱의 짜릿한 동점 3점 홈런으로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 갔으나 10회 끝에 6-7, 분루를 삼켰다. 2일에는 에이스 에릭 해커가 나섰지만 0-13, 참패를 안았다. 삼성과 승차는 1.5경기에서 3.5경기로 벌어졌다.
▲'3주 전 데자뷰?' NC, 또 총력전 끝에 석패
NC는 그러나 다시 일어섰다. 삼성전 연패 뒤 1승 이후 또 연패에 빠지며 다소 흔들렸지만 이후 9승3패로 상승 국면으로 돌아섰다. 특히 11일 넥센전부터 20일 역시 넥센전까지 7연승을 달리며 다시 대권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22일 삼성과 대구 원정이 1위 재도약을 위한 분수령이었다. NC는 21일 넥센에 져 연승이 마감됐지만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 삼성과 승차를 2.5경기로 줄인 상황이었다. 이날 승리한다면 1.5경기 차, 막판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도모할 만했다.
그러나 결과는 3주 전과 똑같았다. 한국시리즈(KS)를 방불케 하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NC는 선발 이재학에 이어 이혜천, 김진성, 임정호, 이민호 등 필승조를 투입했으나 끝내 0-2 영봉패를 안았다.
'우리 정말 알 차-지-용?' 22일 NC와 홈 경기에서 영봉승을 합작한 삼성 선발 차우찬(왼쪽부터)-필승 계투 안지만-마무리 임창용의 역투 모습.(대구=삼성)
힘 대 힘으로 맞붙었지만 삼성의 철벽 마운드를 넘지 못했다. 삼성은 선발 차우찬이 7⅓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4개나 잡아내는 괴력을 뽐냈고, 이후 안지만(⅔이닝)-임창용(1이닝) 등 홀드와 세이브 1위 막강 계투진을 앞세워 NC의 막판 공세를 무위로 돌렸다.
NC 마운드가 못한 게 아니었다. 이날 NC는 삼성 타선에 6피안타 2실점 나름 선방했다. 그러나 타선의 힘과 경험에서 밀렸다. 이날 NC 타선은 4안타 무득점에 그쳤다. 그러면서 3주 전과 똑같이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삼성이 정규리그 9경기, NC가 10경기를 남긴 가운데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개월 이상 견고한 '삼성 천하'정규리그와 KS까지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올해 더 강력하다. 지난 7월 15일 이후 두 달 넘게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6월 27일 이후 근 석 달째 1위나 마찬가지다. 이후 7월 14일 단 하루만 NC에게 1위를 내줬을 뿐이다.
그동안 NC는 물론 두산, 넥센까지 2위들이 줄기차게 삼성의 문을 두르렸지만 응답은 없었다. 경쟁팀들의 1위 도약에 대한 여지를 주지 않았다. 패배를 당하다가도 선두 싸움의 분수령에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삼성은 지난 7월 중순 넥센에 1패 뒤 2연승하며 1위를 되찾았고, 이후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는 고비에서 경쟁팀을 두들겼다. NC에 3연승한 삼성은 두산에도 2승1패를 거두며 1위를 질주했다. 8월 삼성은 넥센에 1승1패, 두산에 3승1패를 기록했다. NC에 1패를 안았지만 9월 3승으로 되갚았다. 추격의 빈틈을 주지 않은 모양새다.
올해 삼성은 상위권 팀들에 모두 앞서 있다. NC전은 11승5패로 마감했고, 두산에도 11승4패로 압도적이다. 넥센에도 8승7패, 최소한 동률은 된다. 삼성이 상대 전적에서 뒤지고 있는 팀은 8위 한화(6승8패)뿐이다.
▲올해도 공수주 막강한 삼성지난해 염경엽 넥센 감독은 시즌 후반 "정규리그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2위로 가을야구를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넥센은 올해 NC처럼 2위의 상승세를 탔고, 1위 삼성 추격이 가시권에 들었을 때였다. 그러나 염 감독은 욕심을 버렸다. 투타 공수 전력이 안정된 삼성을 따라잡기는 힘들다고 봤다.
'삼성의 미래들' 올해 맹활약을 펼치며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구자욱(왼쪽부터)-박해민-이지영.(자료사진=삼성, 노컷뉴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은 여전히 강력하다. 팀 타율 1위(3할2리), 홈런(134경기 171개)과 득점(851개) 2위다. 팀 평균자책점도 2위(4.62), 블론세이브는 9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도루 저지율 1위(39%), 팀 도루 2위(147개) 등 공수주 모두 최상위권이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의 액체 금속처럼 상처가 나도 금세 아문다. 올해 삼성은 박한이, 채태인 등이 부상으로 신음했지만 구자욱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나와 공백을 메웠다. 반대로 구자욱이 다쳤을 때는 베테랑들이 힘을 냈다. 최근 이승엽이 부상으로 1군에서 내려가 있지만 빈자리를 느끼기 어렵다. 박석민, 나바로 등의 방망이가 폭발하고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잡히지 않고 있는 삼성은 정녕 구름 위에 떠 있는 존재인 것일까. 올해도 패권은 삼성의 차지일까. 2010년대 삼성 왕조의 전성기를 누가 꺾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