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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뀐 外人 제도, 유연한 대처? 원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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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KBL)

 

프로야구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믿을만한 타자가 부족한 A팀이 있다고 가정하자. 필드 포지션은 물론이고 지명타자까지 탄탄한 B팀이 부럽기만 하다. 시즌이 개막하고 경기를 해보니 답이 없다. 그래서 A팀은 리그 사무국에 제안한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처럼 지명타자를 없애고 투수가 타격을 하게 하자고. 그게 야구의 재미를 끌어올릴 수 있지 않겠냐며.

제안의 설득력이 부족할 뿐더러 타이밍도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만약 A팀 같은 구단이 많아 리그 사무국이 그 제안을 수락한다면?

가정한 상황과 비슷한 일이 프로농구에서는 실제로 벌어졌다.

2015-2016시즌 초반, 스타가 없다. 양동근, 조성민 등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23일부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한다. 이미 개막 때부터 뛰지 못했고 앞으로도 보름 이상 프로 무대에서는 볼 수 없다. 게다가 김선형, 오세근 등 KBL의 간판급 선수들 일부가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인해 기한부 출전보류 처분을 받은 상태다.

일부 팀들은 12명 엔트리를 짜기도 버겁다고 말한다.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시즌 중이라도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바꿨다. KBL 이사회는 2015-2016시즌이 개막하고 열흘이 지난 22일 외국인선수 제도를 손질했다. 4라운드부터 하기로 약속한 외국인선수 2명의 제한적 동시 출전을 2라운드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흥행 때문이다. 최근 프로농구 경기력에 실망한 팬들이라면 동시 출전의 확대 시행이 반가울 수도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신 외국인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화려한 장면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KBL의 제도 변경이 흥행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한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꿩 대신 닭이라고 하는데 닭이 꿩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지금 관중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양동근이 없고 김선형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 플레이어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꽤 많다. 그 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프로야구는 막바지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하루에 여러 경기가 진행된다. 농구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시즌이 한달 앞당겨진 것이 오히려 불법 스포츠 도박 파문보다 더 큰 흥행 악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제도 변경을 유연한 상황 대처라고 바라볼 수도 있다.

다만 프로스포츠의 근간이 돼야 할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단 이기주의가 원칙을 무너뜨렸다.

22일 이사회는 밀실행정의 표본이다. 각 구단에 발송된 공문에는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에 대한 안건이 없었다.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여 안건으로 올려놓고 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당연히 구단 실무자들이나 현장과의 소통은 없었다.

2개 구단이 시즌 중 외국인선수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국내 선수층이 탄탄하지 않아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는 팀들이다.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을 조금이라도 늘려야 팀 전력에 숨통이 트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단 단장들은 시즌 중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제도는 변경됐다.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는 명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우리 팀에 유리할 수만 있다면 시즌 도중에 제도를 바꿔도 괜찮다'는 생각은 구단 이기주의의 정점이다.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 나은 경기력과 흥행 요소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과연 프로스포츠의 근간, 절대 흔들려서는 안되는 원칙을 무너뜨릴만한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현장의 반발은 극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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