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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가운데서 내려버린 대리기사…술취한 차주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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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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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대피하려고 '음주운전'한 차주 2심서 무죄…"긴급피난에 해당"
"도로에 차 세워두고 가면 최고 1년이하 징역 처벌받을 수 있어"

대리운전 기사가 말다툼 끝에 차에서 내려버리는 바람에 도로 한가운데 놓인 차를 대피시키려고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한 것은 죄가 아니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2013년 11월22일 고등학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신 송모(44)씨는 자정을 넘긴 시간쯤 집으로 돌아가려고 친구 2명을 자신의 차에 태워 서울 송파구, 성남 분당구, 용인 기흥구 순으로 경유해 가기로 하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일행 중 한명을 송파구에 내려준 뒤 분당으로 가는 도중 송씨는 대리운전기사와 경로문제로 말다툼을 하게됐고, 급기야 기사가 분당구 황새울로의 한 사거리를 앞두고 차를 세우고 말았다.

차는 편도 3차로 중 2차로 위에 수분간 세워졌고 안전사고를 우려한 송씨는 기사에게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기사는 되레 "손님이 차키를 빼앗아 도로 가운데 있다"며 112에 신고한 뒤 차에서 내려버렸다.

송씨는 인도에 서있는 기사에게 다시한번 차를 이동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어쩔 수 없이 10m 떨어진 교차로 우측 도로변으로 차량을 옮겨 주차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기사는 재차 "(손님이) 음주운전도 했다. 빨리 와달라"며 112에 신고했고, 결국 송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59%인 상태로 음주운전한 혐의로 기소돼 작년 10월8일 1심 재판부로부터 벌금 150만원에 대한 선고유예를 받게 됐다.

송씨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주차 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 차의 시동을 껐고 대리기사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한 점"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송씨의 행위가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수원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최규일)는 "피고인이 차 시동을 끄고 기사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나 기사가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차를 움직이지 않고 세워뒀을 때부터 이미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차가 멈춘 곳은 교차로 직전에 위치해 사고 위험이 높은 지점이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상황에서 동승자들도 술에 취했기 때문에 피고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고 피고인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려고 도로변으로 차를 이동시켰을 뿐 더이상 차량을 운전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사회적 법익보다 그로 인해 보호되는 피고인과 다른 사람들의 생명 및 신체에 관한 법익이 더 우월한 법익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작년 1월27일 오전 6시20분께 성남시 수정구 달래내로 노상에서 대리운전기사가 도로 위에 차를 세우고 하차하자 혈중알코올농도 0.132%인 상태로 3m구간을 음주운전한 혐의로 기소된 장모(41)씨에게도 긴급피난 행위가 인정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수원지법 윤성열 공보판사는 "두 판결은 특수한 사례이다. '경우에 따라선 음주운전해도 된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며 "긴급피난을 성립하는 모든 조건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제68조 2항에 따라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이를 어길시 최고 1년 이하의 징역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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