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다음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우려했던 북한의 도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4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데에 이어 15일에는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15일 조선중앙통신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통해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8.25 남북 합의 이후 해빙 모드를 보였던 북한의 이런 태도 돌변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대화창구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시위 성격이 짙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의 공식 언술이라기보다는 남한과 미국을 떠보는 일종의 '간보기' 차원"이라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대한 도발행위이자 군사적 위협이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행위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또 "안보리 차원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럴 경우 다음 달 중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이 어렵게 일궈낸 8.25 합의 전체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북핵 문제 해결은 앞으로 1~2년가량 헛바퀴를 돌고, 그 사이에 북한은 완전한 핵무장 국가로 변신할 공산이 크다.
대북 강경 원칙론에만 연연하지 말고 유연하고 실용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원칙론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북한의 군사 도발과 이산상봉 문제에 대한 분리대응 전략을 주문했다.
양 교수는 "국제사회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잘 알고 있고, 국민들도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분리전략을 펼쳐도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결정만 바라만 볼 게 아니라 당국간 회담 개최 등을 통한 선제적 조치로 북한을 적극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고 연내에 이산가족 생존자 전원의 가족 생사 확인에 협조하면 내년 1월1일을 기해 금강산관광을 전면 재개하거나 5.24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하는 등"의 유화책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