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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세상과 불화하고, 오직 시(詩)하고만 화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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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론집 <불화하는 말들> <무한화서> <극지의 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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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글쓰기는
'글쓰기의 불륜'이라 할 수 있어요.

홍상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이 원래 부산 가기로 했는데,
추상미한테 반해서 경주에서 내려버리잖아요.

위반하는 글쓰기라는 것도 그런 거예요.
쿤데라 식으로 말하면
작중인물이 작가를 배반하는 것이지요.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고,그렇게 해야만 해요.
글쓰기에서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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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사람은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해요.
'자기'라는 것도 관념일 뿐이에요.

습관과 무감각은 우리를 살게 해주지만
우리를 삶과 절연시키는 것이기도 해요.
시가 고통스러운 것은 고정관념을 벗기기 때문이에요.
그것은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거예요.

-이성복, <불화하는 말들="">에서

이성복 시인의 시론집 <불화하는 말들=""> <무한화서> <극지의 시=""> 등 3권이 한꺼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이 시론집들은 시인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학생들과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 창작 수업을 고스란히 옮겨놓고 있다.

<불화하는 말들="">은 2006년과 2007년 사이 시 창작 수업 내용을 다시 시의 형식으로 정리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피상적인 사고밖에 안 나와요. 예술은 불화(不和)에서 나와요. 불화는 젊음의 특성이지요. 자기와 불화하고, 세상과 불화하고 오직 시(詩)하고만 화해하는 거예요. 그것이 우리를 헐벗게 하고 (동시에)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을 안겨다줄 거예요."라고 말한다. 서언을 포함해 128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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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건 거미처럼 하는 거예요. 거미는 자기가 친 줄을 거두어 삼키고 다른데 가서 또 집을 짓지요. 시를 쓰는 건 대상이 말의 거미줄에 걸리게 하는 거예요.

-이성복, <무한화서>에서

<무한화서(無限花序)는 2002년에서="" 2105년까지="" 대학원="" 시="" 창작="" 수업="" 내용을="" '아포리즘'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제목="" 무한화서에서="" 화서란="" 꽃이="" 줄기에="" 달리는="" 방식을="" 가리킨다.="" 성장에="" 제한이="" 없는="" 무한화서는="" 밑에서="" 위로,="" 밖에서="" 속으로="" 피는="" 구심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구체에서="" 추상으로,="" 비천한="" 데서="" 거룩한="" 데로="" 나아가는="" 시를="" 비유한="" 말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다="" 끝없이="" 실패하는="" 형식이="" 곧="" 시라고="" 믿는="" 이성복="" 시론의="" 핵심에="" 해당한다.="" 서언을="" 포함해,="" 삶에="" 붙박인="" 여러="" 깨달음과="" 성찰,="" 다시="" 시와="" 문학으로="" 나아가는="" 절묘한="" 은유를="" 담은="" 아포리즘="" 471개를="" 정리하고="">

<극지의 시는=""> 2014년 후반기와 2015년 초반의 강의, 대담, 수상 소감 등을 시간 순서대로 엮은 산문집이다. 이 책의 제목은 2014년 제11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소감(수상작 <래여래반다라>)에서 가져왔다. 이성복은 "육사의 시는 당시의 곤핍한 상황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애초에 시라는 장르가 '절정'과 '광야'라는 사실을 준엄하게 드러내줬으며, "시가 지향하는 자리, 시인이 머물러야 하는 자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극지'"라고 말한다. 이어서 "시는 머리가 아니라 다리로 쓰는 것이며, 시가 있는 자리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연소함으로써" 비로소 밝힐 수 있고, "시에 대한 공부는 자기 안을 끝까지 들여보다 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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