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자료사진)
경기부진에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그렇다고 동결을 고집하기도 어려운 모호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까지 떨어졌지만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확산되고 있다. 수출 부진이 갈수록 심화되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한은 전망치 2.8% 달성이 버거워지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위기감은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의 동결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지만 해외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연내 금리를 한차례 더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은으로서는 추가 금리 인하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 외에 최근 빠르게 진행되는 외국자본 유출 문제는 금리인하를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부상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등의 외화안전망을 감안하면 아직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다. 해외 단기차입금의 안정적 흐름은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부진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불안요인이 가중된다면 자금 이탈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는 더욱 커지고, 금융안정을 책임진 한은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사항이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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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도 추가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핵심 변수다. 정부는 거시건전성 대책으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시스템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거시경제정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부채는 거시경제정책을 제한, 왜곡하면서 국민경제의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통화정책은 경기부양의 필요성과 시장 변동성 관리의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책 결정도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