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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싫다"던 동생, 천재 형의 길을 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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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직-김태관, 사상 첫 세계주니어대회 형제 우승

'장하다, 내 동생' 지난 5일 막을 내린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태관(오른쪽)을 형인 김행직이 트로피를 들고 안으며 축하해주는 모습.(자료사진=대한당구연맹)

 

'당구 천재' 형제가 탄생했다. 최연소 3쿠션 국내 1위 기록을 세웠던 김행직(23 · 전남당구연맹)에 이어 동생 김태관(매탄고 3)이 세계주니어 대회를 제패했다. 형제 동반 우승은 사상 처음이다.

김태관은 5일 경기도 구리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15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김준태(한국체대)를 35-30으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아드리안 타시오(프랑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오른 신정주(부산당구연맹)까지 금, 은, 동을 휩쓸었다.

지난 2012년 형에 이어 3년 만에 동생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행직은 매탄고 1학년이던 2007년 스페인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이어 2010년부터 3연패를 달성하며 사상 최초 4회 우승의 위업을 쌓았다. 이후 김행직은 지난 1월 최연소 아시아선수권 우승과 6월 국내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당구 간판으로 거듭났다.

그러더니 동생도 3년 만에 형을 따라 당구 스타로의 관문을 넘은 것이다. 특히 형처럼 세계 당구 역사를 다시 썼다. 형은 사상 최다 대회 우승을 일궜고, 동생은 사상 최초 형제 우승의 진기록을 세웠다.

당초 김태관은 이번 대회에 나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유럽 지역 선수 1명이 참가하지 못하면서 대신 출전권을 얻게 됐다. 행운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태관이 지난 5일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큐대를 높이 치켜들며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대한당구연맹)

 

김태관은 조별 예선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학교 후배 조명우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어 터키의 카라쿠르트 벌카이를 제치며 조 2위로 8강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8강전에서 다시 벌카이를 꺾은 김태관은 4강에서 또 다른 다크호스 신정주까지 제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도 이변이었다. 대다수 관계자들이 김준태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자 달랐다. 김태관은 경기 중반까지 단 한 차례의 리드도 허용하지 않았다. 막판 두 차례 실수를 하긴 했지만 결국 5점 차 우승을 확인하고 두 팔을 힘차게 위로 뻗었다.

이날 직접 관전한 형 김행직은 경기 후 대견한 동생을 축하해줬다. 김태관은 "곁에 좋은 멘토로, 좋은 동기부여로 작용하는 형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좋은 리듬을 갖을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 형을 뛰어 넘는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초 김태관은 부모님이 운영했던 당구장에서 3살 때부터 큐를 쥔 형과 달랐다. 처음에는 당구를 싫어했다. 당구 천재들의 아버지 김연구 씨는 "형이 하도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아서 질투를 했는지 태관이는 처음에 큐대도 잡지 않으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피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아버지 김 씨는 "그러다 자기도 어느새 재미를 붙여 선수로 뛰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행직은 "동생과 가끔 경기를 하는데 실력이 많이 늘어서 질 때도 많다"고 말했다. 형제는 매탄고 인근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과연 당구 천재 형제가 국내를 넘어 세계 성인무대까지 접수할 수 있을까. 일단 형은 길을 개척해놨다. 동생이 따라올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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