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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소설 <문> <행인> <춘분 지나고까지> 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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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 사후 100주년을 앞두고 현암사에서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을 펴내고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3차분은 전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문>, 후기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인 <춘분 지나고까지="">와 두 번째 작품인 <행인>이다. 3차분의 각 권 말미에는 국내 저자들의 소세키 독후감을 수록했다. 로쟈 이현우(<문>), 정혜윤 PD(<춘분 지나고까지="">), 소설가 조경란(<행인>)이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들을 재해석했다.

<행인(行人)>
<행인(行人)>의 화자는 '지로'이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그의 형인 '이치로'이다. 이치로는 학자로서 식견이 높고 미적· 윤리적· 지적으로도 지나치게 예민하여 마치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이다.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이치로가 자신의 아내와 남동생의 관계에 의심을 품고, 남동생에게 형수의 정조를 시험해보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절박함, 그녀의 정신을 가지지 못했다는 고통에서 나온 말이었다.남동생은 남의 마음 같은 건 아무리 연구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 몸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마음도 떨어져 있는 거니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치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생각할 뿐"이라며 "제발 나를 믿을 수 있게 해줘라"라고 말한다.

지성의 지옥 속에 갇혀 있는 이치로는 결국 "죽거나 미치거나, 아니면 종교에 입문하거나, 내 앞에는 이 세 가지 길밖에 없네"라고 토로한다. 이치로는 뭘 믿지를 못하는 성격이니 종교에 입무할 수도 없고, 삶에 미련이 있어 자살할 수도 없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은 미치는 것. 이치로는 혹시 이미 자신이 미친 게 아닌지 무서워 견딜 수가 없다.

이치로의 불안은 '과학의 발전', 즉 근대화에서 기인한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인간 전체에 새로운 불만족, 고통과 불안감을 가져왔다는 것. 이치로의 말대로 현대인들은 우울증, 신경증, 공황장애 등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며 외로움과 고독도 보편화되었다. 이치로는 "인간 전체에게 몇 세기 후에 찾아올 운명을, 나는 혼자 내 한평생 안에 경과해야 하니까 두려운 거"라고 말한다. <행인>은 이치로의 고통을 통해 현대인의 보편적 숙명을 예견하고 있으며, 어떻게 정신을 유지하며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송태욱 옮김/현암사/436쪽/ 15,000원

<문(門)>
<문(門)>(1911)은 친구를 배반한 후 죄의식을 느끼며 살아가는 남자의 어두운 내면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소스케는 관청에서 하급 관리로 일하며 아내 오요네와 조용하게 살아간다. 절벽 아래의 햇빛이 들지 않는 셋집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추위에 서로 껴안아 몸을 녹이는 식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다. 아버지의 유산을 가로챈 친척에게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삶을 살아가는 부부는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부모로부터, 친척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존재들이었다. 소스케는 '그 일' 때문에 완전히 변한, 활기가 없어진,'청죽을 불에 쬐어 기름을 짜낼 정도의 고통' 받았던 사람이었다. 사랑을 택할 것인가, 도덕을 따를 것인가 번민에 번민을 거듭한 끝에 사랑을 택한 부부는 "스스로가 만든 과거라는 어둡고 커다란 구렁텅이 속에 빠져" 죄책감을 안고 고독을 나누며 살고 있다. 그들이 처음 만나 나눴던 대화가 인생을 얼마나 뒤바꿔놓았는지 알기에 평범한 사건을 중대하게 변화시키는 운명의 힘을 두려워했다.

세월이라는 완화제의 힘으로 간신히 안정을 찾아갈 무렵, 조금식 우연이라는 잔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소스케는 '과거의 통한'을 다시 새롭게 느끼게 되고 운명이라는 것에 절망하게 된다. 지금의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소스케는 산문(山門)으로 향한다. "이 모험에 성공하면 불안하고 불안정한 지금의 나약한 자신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허망한 희망"을 가지고 소스케가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공안은 '부모미생전면목(父母未生前面目)'. 부모가 태어나기 전의 자기 모습이라면, 우연적인 자기가 아니라 절대적인 자기일 것이다. 그런 자기라면 인연의 사슬로 엮인 인간관계를 초월할 수 있을 테지만, 소스케에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구원'은 이후 소세키의 주요한 화두가 된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송태욱 옮김/현암사/286쪽/ 13,000원

<춘분 지나고까지="">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마음을 빼앗는 훌륭한 사람이나 아름다운 사람이나 자상한 사람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좀 더 변덕스러워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를 억지로 안는 기쁨보다는 상대의 사랑을 자유의 들판에 놓아주었을 때의 남자다운 기분으로 내 실연의 상처를 쓸쓸하게 지켜보는 것이 양심에 비추어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춘분이 지나고까지'라는 제목은 새해 첫날부터 춘분 지날 때까지 무사히 쓰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세키는 각각의 단편소설을 쓴 뒤에 그 각각의 단편소설을 합쳐 하나의 장편소설을 구성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목욕탕에 다녀온 후'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있는 청년 게이타로의 이야기이다. "평범함을 싫어하는 로맨틱한 청년"인 게이타로는 경시청의 탐정이 되고 싶어 한다. "세상의 표면에서 밑으으로 기어드는 사회의 잠수부 같은 존재"이고 "인간의 불가사의함을 포착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정거장'은 게이타로가 실제로 탐정 비슷한 일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보고'는 그가 관찰했던 남녀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어 탐정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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