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박재홍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진돗개의 인연은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사저인 삼성동에서 청와대로 이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삼성동 주민들이 선물한 진돗개 한쌍이 최근 다섯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진돗개 새끼들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진돗개 이름을 공모한 것을 두고 진지하게 강아지 이름을 공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터넷이나 SNS 등에서는 박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진돗개 이름 공모에 나섰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청와대의 진돗개가 새끼를 낳았다는 게 뉴스가 되는거냐?
(사진=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캡쳐)
= 박근혜 대통령이 어쩌다 하는 페이스북에 청와대 관저에서 기르는 진돗개가 새끼 다섯마리를 낳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자주 이용하면서 청와대의 소소한 일상들을 공개해왔다면 그렇게 높은 관심을 끌지는 않았을 수 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이 페이북에 포스팅을 한 게 올들어 4번이다.(그것도 2014년 12월31일에 올린 올해 신년사를 포함해서) 최근에 글을 올린건 지난 7월 30일 여름휴가 때 청와대에서 책과 보고서를 보고 있다는 글과 진돗개가 새끼 5마리를 낳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언론의 주요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취임 후 청와대의 소소한 일상을 거의 공개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동 주민들이 선물한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가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니까 뉴스가 되는 것이다.
기자들이 수습교육을 받을 때 배우는 것 중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그건 기사가 된다는 것이다. 특이한 일이나 사건이 일어나면 일단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민여러분들이 강아지 5마리의 이름을 지어 댓글로 올려달라고 했다. SNS의 소통방식인데 그동안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 대통령이 SNS에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글을 올렸으니 언론으로서는 뉴스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 실제로 강아지 이름을 지어 댓글로 달고 있나?= 그렇다. 엄청난 댓글이 달리고 있다. 8월 29일 오후 6시에 포스팅을 했는데 사흘째인 9월 1일 오전 6시 현재 좋아요가 11,859명이고 댓글이 3.168개 달렸다. 664명이 공유를 했으니까 얼마나 많이 퍼졌는지는 계산하기조차 어렵다.
페이스북 댓글에는 실제로 5마리 강아지의 이름을 지어서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톡톡튀는 아이디어도 많고 진지하게 주역까지 동원하면서 이름을 짓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 강아지 이름은 한 이용자가 올린 "진돗개1 진돗개2 진돗개3 데프콘2 워치콘2"로 2,378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답글이 241개나 달렸다. 이 용어는 비상사태를 나타낼때 쓰는 용어로 아마도 지뢰폭발의 여파를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또 "초롱,다롱,방울,흰동, 몽실"로 하자거나 "대한,민국,자유,통일,만세"로 이름을 짓자거나 "일본이 항상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니까 우리독도를 지키는 이름으로 "대한,민국,독도,우리,영토"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포털사이트에는 "이/명/박/근/혜"으로 하자거나 "소통/불통/먹통/깡통/닭통", 또는 "아몰랑 다몰랑 영몰랑 싹몰랑 걍몰랑"으로 하자는 댓글이 가장 높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렇지만 댓글들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 소통하자고 SNS에 글을 올린 것 아닌가? 그런데 불통이라니?
한 네티즌이 진돗개 이름을 지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글에 남긴 댓글 (사진=페이스북 캡처)
= 소통을 하자면 SNS를 통해 다양한 의견도 들어야 하고 또 청와대의 소소한 일상을 비롯해서 다양한 소식들을 올려야 한다. 특히 SNS는 쌍방향 소통이지 일방통행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글을 올린 건 있지만 댓글에 응답하거나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에 관심을 나타내는 그런 글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페이스북 포스팅에 달린 댓글을 몇 개만 소개하자면 한 대학생이 강아지 이름을 "소통. 불통. 호통. 분통. 통일"로 지었다면서 "서로 통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지었습니다. 이게 과연 대통령께서 직접 작성한 것인지, 직접 보시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강아지를 신경써주시는 만큼 국민들을 되돌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 이용자는 "박근혜 대통령 그리 할일이 없어서 청와대에서 놓은 진돗개 새끼 이름 지어달라고 페이스 북에 공모까지하시나 서민들은 경기가 안좋아서 너무들 힘들어하시는데 진도개새끼들 이름 공모나 하시고 참 할일이 그리 없으신가"라고 했고 다른 이용자는 "그렇게 심심하셨어요?? 한심하다… 개이름 짓기 놀이나 하고 있고…"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엊그제가 세월호 참사 5백일이어서 그런지 "엊그제가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500일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저 강아지들 처럼 아직 부모품에 있어야 할 많은 우리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그 부모들은 이 기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라거나 "참~ 한가 하신가보네… 강아지새끼 이름짖는게 세월호에서 죽어간 어린학생들 보다 훨씬 중요합니까?", "댓글은 보고 사시나요?! 개새끼 한테 가진관심 반이라도 서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면"이라는 글들이 달렸다.
▶ 박 대통령이 진돗개와 관련된 글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느냐?
지난 2013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이 트위터에 공개한 새롬이와 희망이 (사진=트위터 캡처)
= 그렇다. 여러차례 있다. 처음 공개한 건 취임식 다음날인 2013년 2월 26일 페이스북에 삼성동 주민들로부터 선물받은 진돗개를 안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대한민국 청와대가 올린 사진과 글을 공유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2013년 4월 14일 트위터에 희망이와 새롬이의 사진을 올렸다. 박 대통령은 "삼성동 주민들께서 제가 청와대로 떠날 때 선물로 주신 새롬이와 희망이는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줍니다. 기회가 되면 새롬이, 희망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그리고 2014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퇴근 뒤 관저 생활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두 마리가 나갈 때 들어올 때 꼭 나와서 반겨준다, 꼬리를 흔들면서. 날씨가 지금은 춥지만 따뜻한 봄이 되면 희망이 새롬이와 같이 나와서 기자 여러분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돗개를 공개할 의사가 있다는 말이었다.
2014년 2월 5일 국무조정실과 국민권익위원회, 법제처 업무보고 중에 '진돗개 정신'을 강조하는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조정실은 불독 같은 정신이 필요한 불독보단 진돗개가 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해요. 진돗개를 하나 딱 그려놓으시고, 우리는 진돗개 정신으로 한다, 하여튼 우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 진돗개 새끼 5마리를 낳았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물론 지난해 연말 비선실세 논란이 일었을 때 정윤회씨가 중앙일보와의 두 번째 인터뷰에서 "대통령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사냥개가 됐다. 토사구팽의 사냥개가 돼 스스로 숨어 지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는 진돗개가 돼야겠다"라고 밝히면서 진돗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박 대통령은 왜 진돗개 이름을 지어달라는 글을 올렸을까?= 박재홍 앵커 페이스북 이용하시나? 페이스북은 자신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나 자신의 견해나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는 공간이니까 박근혜 대통령을 단순한 페이스북의 한 이용자라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글이다.
예를 들어 박재홍 앵커의 집에서 키우는 진돗개가 새끼 다섯마리를 낳았다. 그래서 페친 여러분께서 이름을 지어주시면 고맙겠다는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면 페이스북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각자의 의견에 따라서 이런이름 저런이름들을 올리거나 강아지 분양받고 싶다거나 그렇게 하지 않을까? 보통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하는 걸로 보면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별로 논란이 될 것도 없고 청와대의 일상을 알리는 하나의 소통방식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8월 29일 페이스북에 "청와대에 들어올 때 삼성동의 주민들께서 선물해주셨던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가 어느덧 세월이 흘러 지난주에 5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강아지들은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어미 품에만 있지만 아주 건강하게 잘 태어났습니다"면서 " 여러분이 우리의 진돗개 새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시면 더욱 의미 있고, 건강하게 잘 자랄 것입니다"라는 것이다.
페이스북 본사의 케이티 하베스 선거협력본부장이 3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페이스북을 봤는데 진돗개 새끼 사진과 함께 이름을 공모한 것을 우수 활용 사례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페이스북을 잘 활용한다는 것이 아니고 이번 사례를 우수사례로 꼽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베스 본부장은 "한국의 주요 정당, 여야 정치인의 페이스북의 유형을 살펴봤는데 좀더 개인적이거나 사적인 면모를 부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올리면 어떨까 싶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 SNS나 포털사이트에 비판적인 글이 많은 건 소통방식 때문이냐?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그렇다. 진돗개 이름 공모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페이스북에 국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처음 글이 진돗개 이름 공모니까 그걸 문제 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글을 보면 직접 글을 올렸을 것으로 보이는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페이스북의 경우 기본적으로 게시자와 친구들 간에 소통을 통해 움직이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수단인데 박 대통령은 여기에서도 일방 통행식인 것이다. 자신이 올리고 싶은 글이나 사진 행적 등을 공개하는 건 SNS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위터는 팔로워가 366,488명이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 올린 글은 4건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은 331,557명이 좋아한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이 올린 글들을 보면 SNS의 쌍방향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홈페이지보다 나은 게 없다.
댓글 중에 "페이스북도 쓸줄아네. 집권이후 페이스북으로 국민 의견을 듣는 첫 기회가 개이름 짓기였단 말이야?"라는 글이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돌았는데 국민들 의견을 듣는 첫 기회가 개 이름짓기냐? 라는 비판인 것이다.
"대통령이 그리 할 일이 없나?"라는 댓글이나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 죽어가는데 개이름 가지고 장난칠때냐?"는 등의 댓글들이 박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소통부족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대한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부정평가의 1위는 압도적으로 불통이었다.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대통령의 소통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얘기 안 한다. 모호하게 놔두는 것"이라면서 답변을 피해갔다. 그리고 장관이나 심지어 국가안보실장과도 대면보고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진돗개 이름 공모는 하나의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사실 박 대통령이 이번처럼 국민들의 의견을 구하고 소통을 해왔더라면 그렇게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