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여신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올해 프로야구 막판 치열한 5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한화 김성근(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KIA 김기태-SK 김용희-롯데 이종운 감독.(자료사진=각 구단)
기를 쓰고 이겨도 모자랄 판에 서로 양보를 하고 앉아 있다. 1장뿐인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남 준다고 하는 모양새다.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5~8위, 5강 경쟁을 하는 4개 팀은 최근 나란히 연패에 빠졌다. 5위 한화가 2연패, 승차 없는 6위 KIA가 속절없는 5연패, 7위 SK가 2연패, 8위 롯데가 3연패를 당했다.
어느 한 팀이라도 이겼다면 5위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지만 경쟁이라도 하듯 패배를 안았다. 한화는 5위 굳히기, KIA는 5위 탈환, SK와 롯데는 5위 추격의 기회를 잃었다.
사실상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쥔 4위까지 상위권 팀들과는 물과 기름이 분리되듯 격차가 벌어졌다. 4위 넥센과 한화-KIA의 승차는 6.5경기나 된다. 한화, KIA의 승률은 4할8푼3리에 불과하다. 이러다간 포스트시즌의 품격이 훼손될까 걱정이다.
지난주 5위 후보들의 하향평준화는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일주일 전만 해도 1.5경기 차 5위였던 KIA의 추락이 가장 가팔랐다. 1승5패, 10개 팀 중 최악의 승률이었다. 연패 탈출의 중책을 졌던 에이스 양현종이 28일 케이티 원정에서 타구에 맞고 조기 강판하는 악재를 이기지 못했다.
롯데가 1승4패로 그 다음으로 주간 성적이 나빴다. 그 전 주간 4승1패의 상승세를 고스란히 까먹고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한화도 2승3패로 주춤했는데 그나마 KIA가 5연패하면서 5위를 지켰다. SK는 3승3패로 반타작은 했지만 다른 경쟁팀들이 주춤한 사이 치고 나갔어야 했다.
▲지난해 LG, SK-두산 양보에 PS 진출?
올 시즌 가을야구 막차 경쟁은 지난해와 비슷한 점이 적잖다. 9구단 체제로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지난해도 1~3위는 일찌감치 정해졌다. 삼성과 넥센이 승률 6할대로 선두권을 형성했고, NC도 승률 5할5푼대로 3위에 안착했다. 다만 4위 싸움이 막판까지 박 터지게 진행됐는데 올해처럼 하향평준화 속의 도토기 키재기 형국이었다.
결국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쥔 팀은 LG였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초반 최하위에 처졌던 LG의 극적 반전이었다. LG는 지난해 김기태 현 KIA 감독의 사퇴 등 악재를 딛고 양상문 감독 부임 후 팀 분위기를 추슬러 가을야구에 당당히 나섰다.
'다른 팀들이 생각보다 훨씬 약했다?' 지난해 LG는 양상문 감독(사진)이 빠르게 팀을 정비하면서 최하위에서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반전을 이뤘다. 여기에는 SK와 두산 등 경쟁팀들이 예상 외 부진을 보인 점도 간과할 수는 없는 요인이었다.(자료사진=LG 트윈스)
하지만 다른 팀들의 침체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었다. SK와 두산 등 전력이 두터운 팀들이 예상 외의 부진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LG가 이득을 봤다. 여기에 롯데도 기회가 있었지만 불법 사찰 등의 내홍으로 흔들렸다.
LG는 승률 4할9푼2리, 5할 승률에서 '-2승'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단일 리그가 펼쳐진 1989년 이후 2001년 한화(승률 4할7푼3리) 다음으로 낮은 승률의 가을야구 진출이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LG의 행운이었다.
사실 지난주 일정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KIA가 행운의 주인공이 되나 싶었다. 시즌 전 KIA는 5강 후보로 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승부사' 김성근 감독의 한화가 연이은 접전의 피로감을 보이고,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SK가 또 다시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빠졌다. 그러면서 세대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KIA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그러나 KIA가 5연패를 당하면서 다시 5위 전쟁을 미궁 속에 빠졌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롯데의 침체와 한화, SK의 지지부진도 한몫을 했다.
올해 가을야구 막차의 주인공은 성급하지만 어느 팀이 돼더라도 행운이다. 지난해처럼 경쟁팀들이 하나같이 치고 올라가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규정 변경이 없었다면 자칫 가을야구가 무산될 뻔한 과정도 있다. 지난해 중반만 해도 10구단 체제의 가을야구는 4, 5위 승차가 2경기 이상이면 그 대결은 없는 것이었지만 그 규정이 없어졌다.
다 함께 진흙에 빠져 있는 상황. 이제 안간힘을 써 뻘에서 빠져나오기만 하면 고지가 눈앞에 보인다. 과연 지난해 LG에 이어 올해 막차의 행운은 어느 팀이 누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