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天津)항 화학물질 창고의 폭발 사고로 화학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중화학산업단지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비 노후화 속에 화학 사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자칫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미 불산 사고'도 경각심도 그때뿐…화학사고 늘어지난 2012년 구미에서 불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5명이 숨지고 만여 명이 치료를 받게 된 후, 화확물질에 대한 관리 감독은 강화됐다.
그러나 이후 화학물질 폭발 등의 사고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가 확보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학사고는 2013년 87건에서 2014년 104건으로 20%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작년의 절반이 넘는 6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화학물질 사고 발생시 사업주는 해당 내용을 관계 기관에 통보해야 하지만, 이를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상반기 환경부 산하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에 공식 보고된 화학사고는 50건에 그쳐, 환경부 조사 결과와 11건의 차이를 보이는 것.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관계자는 "사고가 난 사업장 측이 관계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것"이라며 "여전히 사고를 감추는 사업주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접수될 경우 대외 신인도 추락 등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는 가운데, 통보를 하지 않아도 천만원 이하의 벌금만 부과받는 현실이 사고 은폐의 원인이 되고 있다.
◇화약고가 된 화학공장 노후 설비울산·여수·대산 등 화학단지 공장들 가운데 지은 지 40년 넘어 노후한 설비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282개 화학업체의 공장과 창고가 대규모로 밀집해 있는 여수산업단지도 1974년 조성돼 현재에 이른다.
특히 낡은 배관과 밸브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발생한 화학사고 중 40% 가량이 노후 설비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후 설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중화학산업단지의 생산 설비 노후화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
실태 조사는, 지난해 여수 조선소 암모니아 유출사건 당시 처음으로 이뤄졌을 뿐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전까지 화학 설비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설비개선 투자 늘리고 화학물 공개해야설비 노후화는 사업주가 유지·보수에 인색한 탓으로, 설비 개선은 결국 돈이 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 제조원가에서 수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0.88%에서 2003년 0.93%으로 증가했다가 감소세로 돌아서 2012년 0.73%수준으로 떨어졌다.
화학 사업장 안전 강화를 위해 화학물에 대한 정보를 지역주민에 공개해야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는 "화학물 정보를 공개해야 사고 시 어떻게 대피할지 시나리오를 만든다"면서 "2012년 구미 불산 노출 이후에도 화학 단지 주변 지역주민들은 여전히 화학물 정보를 알 수 없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업장 화학물 정보공개율은 겨우 15%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현재윤 사무국장은 "공개율을 높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중심의 관리대응체계를 확립해 화학물질 사고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