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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좋았던 건 아니지만, 이번 성추행 사건 이후 학교 다니기가 더 싫어졌어요. 차라리 전학 가고 싶죠. 보내준다고만 하면…"
최근 연쇄 성추행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서울 서대문구 A공립고등학교 1학년 이모군의 말이다.
이군을 포함해, 방학중 학교의 처참한 현실을 접했던 학생들은 17일 개학을 앞두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같은 학년 김모(16)양 역시 "개학해서 겉으로는 친구들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학교에 대한 애정은 아예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성추문에 휘말린 학교에 당장 내 아이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도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2학년 여학생의 한 학부모는 "이번에 일부 교사들 때문에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전교생이 피해자가 됐다"며 "남아 있는 많은 학생들도 전학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최근 새로 부임한 교장을 중심으로 전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과 염려를 어떻게 다독일 수 있을지 고민이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교사들이 연일 자정까지 토론을 할 정도로 나름대로 개학 준비를 열심히 해왔다"고 말하고, "토론에는 학부모들이 참여해 여러 사항을 함께 조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땅에 떨어진 학교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우는 것이 학교와 교육 당국의 숙제로 남겨진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조남규 정책실장은 "사건 이후 학생들은 이 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굉장히 부끄러워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권일남 교수는 "무조건적인 전학은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다른 학생들을 다독이는 일에, 신망있는 선생님들이 전면에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