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부와 여당이 지난 2013년 '교학사 교과서' 파문 이후 2년 만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역사학계는 국정화 움직임이 공식화할 경우 총력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7월 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일원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시동을 걸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족보가 여러 개 있을 수 있느냐? 중도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한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연일 군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난달 22일 회동을 갖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기로 물밑에서 논의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반을 맞아 지난 2013년 우익 성향의 역사관을 담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무산된 지 2년만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거친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각 학교에서 채택해 쓰는 현 제도를 바꿔 하나의 국정 교과서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역사학계는 정부·여당이 국정화를 밀고나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 때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임기(2018년 2월)가 끝나기 전에 국정교과서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국정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화 찬성측에서는 교과서 집필과 검정 인력풀이 좁아 소수 집필자의 편향되고 주관적인 역사관이 교과서에 과도하게 반영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관을 주입시키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이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선호하는 역사관을 주입해서 먼 장래까지 내다보면서 유리한 정치지형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한다. 결국은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역사학계는 국정화 움직임이 공식화할 경우 강력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역사정의 실천연대 이준식 정책위원장은 "다양한 역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한국만 거꾸로 한가지 역사만을 가르치겠다는 것인데 이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 등이 주시하고 있는데, 만약 국정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포착되면 바로 힘을 합쳐서 반대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사학계는 검정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준(準)국정 수준의 통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