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S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인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의 포스터(사진=SBS 제공)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가 "SBS는 대주주인 태영건설 소유의 인제스피디움(자동차 테마파크) 홍보 방송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연대는 14일 논평을 통해 "SBS가 또 대주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최근 SBS는 태영건설이 소유하고 있는 인제스피디움을 홍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편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인제스피디움 숙박권 9000만 원어치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부도 위기에 빠진 대주주 소유의 테마파크를 살리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며 "지상파방송 SBS를 대주주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에 따르면 SBS는 지난 6월 자사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을 인제스피디움에서 촬영했다. 5월에도 '모닝와이드'를 통해 인제스피디움을 홍보했다가 방송통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제스피디움에서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인 '2시 탈출 컬투쇼'의 공개방송을 개최한 데 이어, 아예 인제스피디움을 주 배경으로 하는 주말 예능프로그램(가칭 더 슈퍼 레이서) 제작에 돌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SBS의 간판 오락프로그램 '스타킹' 자리에 편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동차 경주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촬영 중이며, 오는 10월부터 매주 SBS와 SBS 케이블방송(SBS Plus·SBS funE·SBS스포츠·SBSCNBC)을 통해 중계할 예정이다.
SBS는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인제스피디움 숙박권 이벤트를 벌이는가 하면 2, 3위 입상자에게 인제스피디움 채용 기회를 부여하는 등 방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세계자동차경주대회 유치를 위해 강원도와 업무협약까지 체결해 인제스피디움을 활용한 방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언론연대는 "SBS는 '트렌드를 반영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기획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며 "인제스피디움 하나를 살리기 위해 SBS의 방송편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방송사유화다. 그리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SBS노조는 '대주주가 계속 위에서 프로그램을 내리 꽂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며 "이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온갖 전횡을 일삼아 지난 2004년 SBS를 허가 취소 직전까지 몰고 갔던 대주주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SBS를 위기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언론연대는 SBS와 태영건설에 "인제스피디움 홍보방송 제작과 편성을 즉각 중단하고, 방송을 사유화하고 부당하게 편성에 개입한 것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