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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전두환, <반헌법행위자 열전>에 수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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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헌법행위자 열전 만들기 1차 토론회, 누가 반헌법 행위자인가

<반(反)헌법행위자 열전="">(가칭)에 수록될 인물들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주비위원회'는 12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반헌법행위자 열전 만들기 1차 토론회'를 열었다.

<반헌법행위자 열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내란, 민간인 학살, 고문·용공조작, 부정 선거 등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파괴·유린한 인물들의 명단을 수록한 책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성공회대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은 반헌법행위자 열전을 작성하는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한홍구, 조국, 김두식, 박노자, 서해성 등 사회 각계 인사 33인이 편찬 제안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누가 반헌법행위자인가?’라는 주제로 기조를 발제를 맡은 한홍구 성공회대 민주자료관장은 “지난달 기자회견 때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 누가 (열전에) 들어가느냐였다”며 “이 자리는 이러한 사람이 수록돼야 할 것이라는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때 밝힌 대로 확정된 것은 여전히 없다. 수십 차례 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록 인물 선정 기준으로 ▲반헌법행위를 지시 또는 교사한 자 ▲반헌법행위에서 주요 임무를 수행한 자 ▲반헌법행위를 방지하거나 고발할 책임이 있으면서 이를 적극 묵인 또는 은폐한 자 ▲반헌법행위 또는 행위자를 적극 비호한 자 등 4가지를 제시했다.

한 관장은 “일각에서는 과거에 법대로 한 것에 대해 왜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면서도 “역사란 과거를 오늘날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공소시효가 지나서 현실법정에는 못 세워도 역사의 법정에는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심’을 통해 무죄로 결론 난 사건들을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며 “민간인 학살 등 재판 없이 처형된 사례나 재판에 이르지 않은 고문 행위도 있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으로 봤을 때 범위가 넓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반헌법행위자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한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가령 ‘내란’ 항목에서 ‘5.16 군사 반란’의 경우, 병력 동원 지원관, 국가재건최고회의 위원 된 사람, 군인으로서 장관·도지사·국영기업체장, 중앙정보부 주요 간부·5.16 관련 서훈자만 모아도 약 200명이 넘는다.

그런데 내란이 이것뿐인가. 한 관장이 예로 든 내란에는 유신과 12.12, 5.17도 포함된다. 또 내란음모 조작사건만 해도 최능진 내란음모사건을 비롯해 약 7건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순식간에 1000명이 넘는다.

한 관장은 “오히려 인물 300명을 선정할수록 ‘왜 저 악랄한 자가 안 들어갔느냐’, ‘너무 봐주는 거 아니냐’는 식의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500, 1000명은 지금의 인력, 시간, 자본 등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며 “우선 300명 정도만 확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반헌법행위자에 지식인과 언론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꼭 필요하지만 우리와는 별도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며 “우선은 공직에서 공권력을 위임 받은 자들을 먼저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잠정적으로 정리한 인원이 ▲내란 75명 ▲민간인 학살 75명 ▲부정선거 40명 ▲고문조작 등 주요 공안사건 90명 ▲지식인 10명 ▲기타(개별 사건으로 처리하기 힘든 실력자) 10명이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반헌법행위자에 포함하느냐에 대해서는 “토론을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어서 오히려 포함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도 얘기했다.

한 관장은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작업은 진보가 보수를 욕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보나 보수의 이념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에서 바로 세워야 할 헌법적 원칙에 관한 문제”라며 “헌법 파괴자들뿐 아니라, 헌법적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다가 좌절하거나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록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능진(경찰 내 친일파 청산을 주장한 보수주의자), 엄상섭(자신 같이 일제에 복무한 사람이 새 나라의 검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사표), 김오랑(12.12 당시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으로 반란군에 맞서 지휘관을 옹위하다 희생된 군인) 등을 대표적인 재조명 인물로 꼽았다.

한편 이날 토론 중에는 좀 더 세분화된 분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차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김두식 경북대 교수는 “공안사건의 경우 관여한 판사·검사가 모두 반헌법행위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며 “그래도 관여한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되 모두가 반헌법행위자는 아니라는 분류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공개된 사건에 드러난 이름만 거론되는 문제”, “당대에 벌어진 일일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문제” 등을 언급하며, “잘못의 크기를 판단하는 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주비위원회'는 이러한 우려들을 포함한 공개·비공개 토론회를 계속 진행, 10월경 반헌법행위자 열전편찬위원회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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