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복 70주년을 맞아 기독인들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선언문이 발표됐습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 복음주의권 목회자들과 에큐메니컬 목회자들이 함께 만든 선언문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실천과제에서부터 생태환경 보존과 양극화 해소 등 경제문제까지, 삶의 전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사라 리포터입니다.
[기자]
일제의 폭압으로부터 벗어난 지 70년이 됐지만, 남북은 그 동안 허리가 잘린 채 살아왔습니다.
완전한 광복은 통일. 하지만 남북관계는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고, 통일관련 논의는 종종 남남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인식 속에서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와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공동운영위원장 강경민 목사 등 20여명은 광복70주년을 맞아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하고 기독인들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인터뷰]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지향해야 할 것인가를 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주기 위해서.."
이들은 선언문에서 먼저 조국 해방에 생명을 바친 선열들의 기대와 달리 외세의 간섭은 더 심화되고 있고, '분단 고착 세력'들은 통일비용을 과대포장하면서 증오와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 기독교인이 해야할 역할은 무엇일까?
이들은 10가지 과제로 정리했습니다.
남측이 북측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비무장지대를 생태평화공원으로 지정할 것도 주문했습니다.
[녹취] 박득훈 목사 /새맘교회
"역대 정부가 이룩한 4대합의를 존중함으로써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당파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단 상황을 악용하던 지난 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양성평등 실천과 양극화를 부추기는 시장근본주의 극복, 부정부패 청산, 무한경쟁 교육체계 중단 등 우리사회가 처한 여러 문제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이 그리스도인 선언에 서명한 이들이 9일 자정을 기준으로 1301명이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오는 16일 주일날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연합예배를 드리고 동북아시아 평화를 기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영상취재/채성수 편집/정영민]
<광복 70주년="" 그리스도인="" 선언="" 전문="">
동포여 해방의 새 날을 맞이하자
-광복70주년을 맞이한 한국 그리스도인의 선언-
역사를 주관하시는 창조주 하나님께로부터 해방의 역군으로 부름을 받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광복70주년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는 죄와 사망의 쇠사슬로 부터 인류를 해방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불의와 독재와 분단의 고통에서 우리 민족을 해방시키시려는 그리스도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소명이라 믿는다.
한민족은 70년 전 일제36년의 식민지 억압에서 해방되었으나 강대국의 횡포와 우리의 죄로 인해 분단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남북한 권력자들은 분단이 야기한 적대적 공생관계를 활용하여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시대착오적 권력 세습을 감행했으며, 왜곡된 이념적 대립과 물신주의와 성공제일주의의 쇠사슬로 우리를 얽어매고 있다. 조국 해방을 위해 생명을 바친 선열들의 기대와는 달리 광복70년을 맞는 이 시점에도 외세의 간섭은 더 심화되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한 일이 아닌가.
먼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한민족이 분단의 고통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이념대립에 편승하여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는 죄를 범했다. 우리는 교회성장을 빙자하여 세속적 물신주의와 성공제일주의를 추종했으며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윤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역사적 길잡이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는 건전한 기독시민의 양육에 실패했고 양극화를 정당화시키면서 한국 사회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데에 일조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 민족 앞에 범한 죄악을 통절히 회개하면서 진정한 민족 해방의 역군이 될 것을 선언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용서와 화해와 일치의 모범을 보여주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평화통일을 선도하고자 한다. 분단고착세력들은 분단 비용이 통일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닌데도 통일비용을 과대포장하면서 통일의욕을 꺾으려 하는가 하면 핵무장과 전쟁의 공포를 확대재생산하면서 증오와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민족분단의 고통스런 현실을 권력과 부의 증진 기회로 삼으려는 세력들에게 단호히 맞서고자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북한 동포와 제3세계 민중들에게 빚진 자임을 고백한다. 억압과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은 모든 약소국 민중들의 염원이자 하나님의 명령이다. 한반도에서 이루어질 새로운 해방은 아직도 강대국의 횡포와 패배주의로 인해 절망에 빠져있는 약소국의 민중들이 같이 누려야 할 기회요 희망이다.
우리는 세상의 어떤 이데올로기도 절대화하지 않으며 오직 하나님 나라의 용서와 정의와 평화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원칙이야말로 분단 고착 세력들에 의해 조성된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타파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이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다. 하나님 나라의 용서와 정의와 평화에 입각하여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열망한다.
인류가 살고 있는 하늘과 땅과 바다는 하나님께서 지으셨고 영원히 보존해야할 삶의 보금자리다. 그러나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은 창조질서를 파괴했으며 만물을 끝없이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맹목적 경제성장의 이데올로기와 시대착오적 전체주의에 찌든 한반도에서 생태정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지금 한반도의 모든 피조물들은 착취와 파괴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그리스도의 자녀들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해방70주년을 맞아 남북 동포들과 함께 이렇게 외치고자 한다.
“보라, 희년의 새 아침이로다. 동포여, 우리를 얽어맸던 모든 억압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함께 건설하자!”
―아울러 한국 그리스도인은 희년의 새 날을 맞이하기 위한 10대 과제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10대 실천과제>
1. 한반도 평화통일은 분단 해소의 완성이며 진정한 해방의 시작이다. 평화통일을 위해 주변국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국가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역동성은 우리 자신들에게 있다. 남측이 북측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이룩한 4대 합의를 존중함으로써 남북 간의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당파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단 상황을 악용하던 지난날의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2. 해방70주년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기회다. 분단 극복의 첫 걸음은 긴장 완화이며 이를 위해서는 휴전 상태가 해소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분단에 책임 있는 당사국들이 남북의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 나섬으로써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를 청산해야 한다.
3.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민족과 세계인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우리 몫의 과제이다. 핵무기는 창조질서를 파괴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폐기해야 하며 남한은 평화협정을 통해 이 노력을 돕고 세계적 수준의 비핵화로 확산되도록 힘써야 한다. 핵발전소는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남북이 공동 개발해야 한다.
4. 피조물의 해방 및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남북한은 비무장지대를 생태평화공원으로 지정하고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해야 한다. 남한은 북한의 산림녹화사업을 도와서 한반도 생태계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제3세계의 생태환경보존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양극화 해소와 대외종속 저지를 위해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5. 양성평등의 실천은 정의로운 공동체 정립에 필수적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남성위주의 가부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 여성노동력 착취, 성적 불평등으로 인해 모성과 가족적 삶의 기반은 한없이 피폐해지고 있다. 양성평등을 통한 여성 고유의 생명성 회복으로 해방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6. 애국선열들의 열망이 담겨있는 제헌헌법 제84조가 선언한 대로 모든 국민의 기본 생활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이 정치경제의 기본이다. 조세정의를 실천하고 상속의 범위를 최소화하며 투기소득에 중과세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천민자본주의와 사회적 양극화를 정당화하는 시장근본주의를 극복하고 정의롭게 성장과 분배가 이루어지는 경제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7. 하나님의 공의에 따라 공동체를 관리하는 선한 청지기의 자세를 정착시켜야 한다. 부정직한 지도자를 처벌하는 주민소환제와 공명선거제도를 강화하고,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할 뿐만 아니라,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하는 징벌적 보상제를 실시해야 한다. 과다한 소비를 절제하고 검소와 절약을 생활화해야만 올바른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가난하고 외로운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노인과 어린이들을 잘 보양하며, 장애인들의 처지를 향상시키는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8. 토지와 물과 공기와 우주공간은 인류가 자자손손 공유해야할 공동체적 자산이다. 배타적 점유권과 이윤동기에 의한 자연의 훼손과 남용은 마땅히 절제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활성화하고 지하자원의 공동개발을 추진하되 식량과 기본재화의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유전자조작식품의 확산을 방지하고 토착 환경에 잘 맞는 먹거리를 생산하며 다국적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받는 자조·자립의 마을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9.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을 무한경쟁에 몰아넣는 작금의 비교육적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재능을 찾아 그것으로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자로 자라가도록 입시와 사회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학교가 배움의 기쁨을 회복하며 평화로운 관계를 훈련하고 소명의 발견을 돕는 공동체가 되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뿐 아니라 통일 후 북한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넉넉한 품이 되어야 한다.
10. 언론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언론의 독점과 영향력 장악은 민족의 고통을 온존시키려는 분단고착세력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대상이고 전략이다. 부패한 언론과 부패한 권력의 협력체제 구축은 사회정의 실현과 민족해방을 요원하게 만든다. 공평하고 정직한 언론의 실현이 진정한 민족해방의 첫 걸음이다.
2015년 8월 15일광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