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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젊은 포수들, 화려했던 한방과 '세밀의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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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안방마님' 이홍구-백용환의 값진 성장기

'우리가 KIA 안방의 미래' 올 시즌 적잖은 실수 속에 차츰 주전 포수로 성장하고 있는 백용환(왼쪽)과 이홍구.(자료사진=KIA 타이거즈)

 

'호랑이 군단' KIA의 지난주는 뜨거웠다.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는 한여름 무더위를 뛰어넘는 가열한 상승세를 뽐냈다. 지난주 6연승을 거두며 '여름 사자' 삼성(5승1패)을 제치고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주간 승률 1위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이홍구(25)와 백용환(26), KIA의 새로운 포수 듀오가 있었다. 올해부터 주전 마스크를 나눠 찬 이들은 지난주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지난주 6경기에서 이들은 KIA 마운드의 평균자책점(ERA) 4.00을 이끌며 연승을 주도했다. KIA보다 ERA가 낮은 팀은 투수 왕국 삼성(3.91)뿐이었다. 1군 무대 2, 3년차 100경기 출장 안팎의 안방마님들임을 감안하면 빼어난 활약이었다. KIA는 올해 시즌 팀 ERA 4위(4.71)를 달리고 있다.

방망이도 화끈했다. 결정적인 한방으로 팀의 연승을 견인했다. 화려한 '한여름 밤의 꿈'을 장식했다.

먼저 백용환은 지난달 30일 SK와 광주 홈 경기에서 통렬한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렸다. 2-4로 뒤진 7회말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와 상대 필승조 윤길현으로부터 좌중월 담장을 넘기는 한방을 날렸다. 같은 달 24일 광주 롯데전에서 날린 9회말 역전 결승 끝내기 3점포에 이은 명장면이었다.

이홍구도 만만치 않았다. 이틀 뒤 한화와 대전 원정에서 역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날렸다. 6-7로 뒤진 5회 무사 1루에서 상대 필승조 송은범으로부터 좌중월 아치를 뽑아냈다. 5연승을 이끈 한방이었다.

▲에이스 양현종 붕괴 지켜본 포수 백용환

'현종이 형, 이때가 좋았는데요' 지난달 30일 SK와 광주 홈 경기에서 역전 결승 홈런을 때려낸 KIA 백용환(왼쪽)이 양현종(안경)의 장난스러운 축하 세리머니에 폭소하는 모습.(자료사진=KIA)

 

하지만 짜릿한 결승포와 신나는 연승 행진의 기억도 잠시. 강렬했던 꿈은 어느새 날아가버렸다. KIA는 이번 주 2연패에 빠졌다. 에이스 양현종이 나섰는데도 연승을 잇지 못했고, 베테랑 김병현이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음에도 연패에 빠졌다.

KIA 포수들도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연패의 이유를 전적으로 이들에게 물을 수는 없으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려웠다.

백용환은 4일 넥센과 목동 원정에서 주전 마스크를 썼지만 팀의 6-11 대패를 지켜봐야 했다. 특히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최고 투수 양현종이 5회까지 개인 1경기 최다 4홈런을 맞고 10피안타 8실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사실 이날 양현종의 구위는 시즌 초중반 한창 때에 미치진 못했다. 최고 구속 146km를 찍었으나 넥센의 불방망이를 버텨내지 못했다. 여기에는 투수의 컨디션과 구위, 상대 타자들의 타격감을 고려해 포수가 평소와 달리 정면 승부보다 유인구로 적절히 리드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리드는 좋았지만 세기가 부족했던 이홍구

5일 KIA는 이홍구를 선발 포수로 앉혔고, 효과를 봤다. 이홍구는 김병현의 5⅔이닝 7탈삼진 5피안타 1실점, 시즌 최다 탈삼진과 투구수(90개)를 이끌었다. 또 1-2로 쫓긴 5회말 수비 1사 3루에서 잇딴 호수비로 동점 위기를 넘겼다. 스나이더의 땅볼 때 2루수 김민우의 송구를 받아 멋진 태그로 홈 쇄도하던 주자 고종욱을 아웃시켰다. 이어 다음 타석에서 2루로 도루하던 스나이더를 빨랫줄 송구로 잡아내 이닝을 마쳤다.

'태그는 기가 막혔는데...' KIA 포수 이홍구가 5일 넥센과 목동 원정에서 5회 상대 주자 고종욱을 태그아웃시키는 모습.(자료사진=KIA)

 

하지만 타석에서 세기가 아쉬웠다. KIA는 2-0으로 앞선 4회 선두 타자 김원섭이 안타로 출루해 추가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홍구의 두 차례 희생번트 시도가 파울로 무산됐다. 이에 KIA는 강공으로 전환, 치고 달리기 작전을 냈으나 이홍구는 헛스윙 삼진, 주자 김원섭은 2루에서 횡사했다.

이 작전 실패는 이후에도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KIA는 2-1로 쫓긴 7회도 무사에서 김원섭이 볼넷을 골라냈다. KIA로서는 추가점이 절실한 상황. 그러나 4회 실패를 맛본 KIA는 이홍구를 신뢰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대타 김주찬 카드를 냈다. 최소한 진루타를 기대한 교체였다.

하지만 믿었던 김주찬은 좌익수 뜬공에 그치면서 1루 주자가 묶였다. 이후 김호령의 좌전 안타가 나와 더 아쉬운 장면이었다.

▲뼈아팠던 번트 실패,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KIA는 이어진 1사 1, 2루에서 다시 대타를 내며 승부수를 띄웠다. 유격수 박찬호 타석에서 백용환을 내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뒤지던 상황이 아니어서였을까. 백용환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후속 신종길마저 삼진을 당하면서 KIA는 무득점에 그쳤다. 이후 마스크를 백용환이 쓴 가운데 KIA는 베테랑 필승조 최영필을 냈지만 8회말 스나이더에게 동점포, 박병호에게 역전포를 내주고 무너졌다.

특히 박병호와 대결에서 볼 배합에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 후 박병호는 당시 상황에 대해 "3볼로 유리하게 시작해서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때 변화구를 생각했는데 몸쪽 직구가 왔고 파울 홈런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직구 계통의 공으로 타이밍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공이 안쪽으로 몰려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결과론이지만 앞서 3볼에서 파울 홈런이 나왔을 때 변화구로 한번쯤 타이밍을 뺏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는 앞선 7회초 타석에서 이홍구를 교체한 여파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KIA는 진루타 실패의 우려 때문에 마운드의 호투를 이끌던 이홍구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터였다. 결국 번트라는 세밀함의 부족이 낳은 엄청난 '나비 효과'인 모양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백용환과 이홍구는 이제 KBO 리그 1군 2, 3년차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자료사진=KIA)

 

KIA는 올 시즌 성공적으로 포수 세대 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초중반 마스크를 번갈아 썼던 차일목(34)과 이성우(34)에서 현재는 이홍구-백용환 듀오가 안방을 맡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KIA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이홍구가 77경기 타율 2할3푼4리 9홈런 30타점, 백용환이 23경기 타율 2할6푼8리 6홈런 15타점을 기록 중이다. 백용환은 도루 저지율도 전체 4위(3할1푼3리)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노련한 투수 리드와 타석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 등 길러야 할 부분이 적잖다. 이들이 세밀함을 갖춘 포수로 거듭나는 순간 KIA의 명가 재건도 함께 이뤄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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