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 이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경품행사 조작과 개인정보 유출이 드러났지만 이들 모두 "법인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뒤로 빠져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후 지금까지 공식 사과를 검토하는 곳은 없고, 도의적 책임의 일환이라며 얘기하는 것이 "이제 경품행사는 안한다"는 방침 뿐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24일 발표한 전국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경품행사 조작사건 수사 결과와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게재할 계획이나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트 측이 경품행사를 주관한 것이 아니고 대행사에게 '단순히' 장소를 빌려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장소를 빌려주고 벌어드린 임대료가 얼마였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올해 초 경품행사 사기와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올린 홈플러스와는 '죄질'이 다르다는 주장도 이 맥락이다. 홈플러스 건의 경우 마트가 직접 주최한 행사였다. 대행사와 검은 커넥션을 유지한 것도 '일부' 직원일 뿐이라며 선을 명확히 긋고 있다. 검찰 측이 법인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측이 공히 내놓는 해명은 "경품 행사 전단 등에는 마트와 관계가 없는 행사라는 게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행사장에 '들른' 대형마트 소비자 중에 이런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소비자들이 이름도 모르는 대행사를 보고 경품행사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장을 보러 왔다 대형마트와 보험사의 간판을 보고 개인정보를 내준 것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대형마트는 관계 없음'이 적힌 문구는 경품 안내 등 다른 정보와는 달리 작은 글씨로 적혀있다. 반대로 주목도가 높은 상단에 대형마트의 이름이 찍힌 경우는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적힌 문구가 이른바 '면피용'에 불과해 보이는 이유다.
일부 일탈한 직원 뒤에 법인이 숨는 것 역시 비슷하다. 이마트의 경우 특히 과장급 간부가 조작에 가담해 무려 7천여만원 어치의 상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지만 "우리도 몰랐다"는 게 전부다. 광고대행업체에게 광고를 몰아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임원급 간부의 경우 여전히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 감찰도 현재 진행되는 게 없다고 한다.
대형마트들은 자신들을 찾아온 소비자들의 정보를 경품대행사에 넘기고 임대료를 챙긴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은 지겠다고 한다. "논란이 불거진 뒤부터 경품행사는 일절 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는 방침이 그 것이다. 크게 데인 기업의 후속조치인지 소비자를 위한 대책인지 불분명해 보인다.
YMCA 서영경 팀장은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장소를 임대해 수익을 내놓고, 이제 와서 '다시 안한다'는 방침을 내놓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면서 "법적으론 책임이 없다고 해도 사과하는 모습, 대책이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들이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게 한 경품행사 관련 규정도 함께 문제로 거론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품고시'를 통해 규제하는 것은 일정액 이상의 경품 뿐이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내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