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24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진행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배우 유아인(30)은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주연작 '베테랑'(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을 두고 "걱정덩어리였다"는 표현을 썼다. 첫 악역에 도전한 작품이었던 만큼 부담도 컸던 까닭이다.
"언론시사를 통해 첫 공개될 때 내내 긴장했었죠. 가장 마음 졸였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상영 뒤 '괜찮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잘했다'는 얘기보다 더 안심이 되더라고요. '내 연기가 극 안에 녹아들지 못하고 이질적으로 여겨지면 어떻하나'라는 걱정이 제일 컸는데, 큰 구멍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느꼈죠."
유아인은 베테랑에서 안하무인의 재벌 3세 조태오로 분했다. 개봉에 앞서 24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조태오에 대해 "자기 반성이나 성찰 없이 괴물로 자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 그간 작품을 통해 성장통을 겪는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해 왔는데, 이번에는 비뚤어진 청춘을 맡았다. 조태오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다가왔나.
= 나이는 들었지만 성장이라는 화두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잘못을 해도 스스로 책임지지 않고 끊임없이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자연스레 악인으로 자란 인물. 악역을 연기하는 건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악인을 연기하자고 생각했다. 안정감을 주는 장르적인 연기가 요구됐다는 점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어려움과 함께 재미도 뒤따랐던 것 같다.
▶ 극중 조태호는 광역수사대 서도철 형사와 대척점에 서 있다. 서도철 역을 맡은 선배 황정민의 연기에 '기가 눌리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선배님들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숙제를 함께 풀어가기를 원하셨다. 그랬기에 후배들을 배려해 주셨다. 제가 후배임에도 눈치보거나 주눅 들지 않고 뻔뻔하게 연기하자는 마음을 먹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을 하면서 선배님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베테랑이 시나리오는 물론 연출 면에서도 뛰어난 긴장감을 지닌 작품이었기에 부담도 덜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사진=외유내강 제공)
▶ 서도철 형사와 조태오가 첫 대면하는 파티 신이 인상적이다.= 초반 촬영이었는데, 첫 등장이라는 점에서 많이 긴장했었다. 악연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집약됐던 신이기 때문이다. 어른 흉내를 내려는 젊은 배우의 악역 연기가 아니라, 유아인에게 최적화된 악역을 선보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중요했다. 서도철 형사를 갖고 놀아야 한다는 느낌, 눈에 거슬리는 인간을 대하는 태오의 모습을 진부하지 않게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여러 차례 찍었는데, 황정민 선배께서 제게 맞추시면서 큰 도움을 주셨다.
▶ 영화 속 액션신의 강도가 센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 열흘 정도 액션신 촬영이 이어지다보니 작은 부상은 있었지만, 크게 다친 경우는 없다. 예전부터 어깨가 안 좋았는데, 무리하게 써서 현장에 상주하던 구급대의 도움을 받고는 했다. '유아인이 촬영 중 병원에 실려갔다'는 기사가 안 났으니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웃음)
▶ 이번에 안하무인의 재벌 3세를 연기한 건 '현실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던 평소 바람의 연장선인가.= 제 실제 삶이 반영된 연기를 할 수 있는 현실성, 공감대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었다. 그동안 영화, TV 등에서는 재벌 3세를 다소 판타지적으로 그리면서 저 안개 너머에 있는 존재로 여기도록 만든 것 같다. 예전에도 재벌 3세를 연기할 기회는 있었다. 그럼에도 베테랑을 선택한 건 조태오라는 캐릭터가 판타지나 안개를 걷어낸 재벌 3세의 현실적인 모습 중 하나라는 점에서 끌렸기 때문이다.
배우 유아인(사진=박종민 기자)
▶ 지금까지 김윤석 김희애 송강호 황정민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왔는데.= 무엇보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의 연기에 임하는 자세, 함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맺어가는 관계를 보면서 감탄하게 된다. 저는 젊은 배우 입장에서 제 연기만 생각하기 바쁜데, 선배님들이 현장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제가 만난 선배님들은 모두 자기를 활짝 열어 둔 채 관찰하면서 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고 계셨다. 그게 배우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30대에 접어들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