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해충 꽃매미(왼쪽)와 천적인 꽃매미벼룩좀벌(오른쪽 아래) (사진=국립생물자원관)
2006년 천안에서 나타나 전국으로 급속히 번진 돌발해충 '꽃매미'의 토착 천적이 발견됐다. 그 주인공은 기생벌의 일종인 ‘꽃매미벼룩좀벌’이다.
“어? 이게 뭐지?” 올 봄, 국립생물자원관 김기경 연구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꽃매미 연구를 위해, 겨우내 모아두었던 알집에서 꽃매미 유충이 아니라 작고 검은 곤충이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DNA검사를 통해 이 곤충은 기생벌의 일종인 벼룩좀벌로 확인됐다. 게다가 학계에조차 보고되지 않은 미발견 종이었다. 생물자원관은 이 벌이 꽃매미 알에서 나왔다고 이름을 ‘꽃매미벼룩좀벌’로 지었다.
크기가 개미만큼 작고 생태계에서 밀도가 낮아 그동안 학계에서도 보고되지 않았던 꽃매미벼룩좀벌이 발견되면서, 꽃매미 방제 연구에 전환점이 마련됐다.
◇ 순식간에 증식한 골칫덩이 꽃매미중국이 원산지인 꽃매미는 지난 2006년 천안시에서 갑자기 대발생한 뒤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그 이후 붉은색 날개에 검은 반점이 박힌 꽃매미는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벌레가 됐다
문제는 대량 증식한 꽃매미가 소태나무, 가죽나무, 참죽나무는 물론 포도, 배, 복숭아 나무에까지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는 바람에 나무의 생육을 저해하는 해충이라는 점이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꽃매미 방제 방법을 연구하며 머리를 싸맸지만, 빠르게 증식하는 꽃매미의 번식속도를 따라잡을 이렇다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꽃매미의 천적인 벼룩좀벌을 수입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 토착 천적이 이번에 우연찮게 발견되면서, 꽃매미에 대한 생물학적 방제 연구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꽃매미벼룩좀벌이 꽃매미 개체수를 조절하는 원리(사진=국립생물자원관)
꽃매미벼룩좀벌의 생태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꽃매미가 9월~10월쯤 알을 낳으면 그 알집을 뚫고 꽃매미벼룩좀벌이 알을 낳는다. 이후 벌의 유충이 먼저 깨어나 꽃매미 알을 먹으면서 자라다가 4~5월이 되면 성충이 되어 알집을 뚫고 나온다는 것 정도가 현재까지 확인됐다.
◇ 속도붙은 꽃매미 방제 연구 국립생물자원관 김진한 동물자원과장은 “꽃매미벼룩좀벌은 원래 가죽나무고치나방의 알에 기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그러다가 꽃매미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꽃매미 알에도 기생하는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물자원관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천적연구실과 협력해, 꽃매미의 천적인 꽃매미벼룩좀벌의 대량증식과 이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꽃매미벼룩좀벌은 생태계에 매우 낮은 밀도로 존재하고 있어 인위적으로 대량 증식을 시킨 뒤, 이를 과수 농가 등에 나눠줘 꽃매미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일 계획이다.
김진한 과장은 “방제를 할 때 꽃매미벼룩좀벌을 많이 야생에 뿌리더라도 중간에 기주생물이 없으면 그 세대가 거기서 끝나기 때문에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벼룩좀벌이 꽃매미의 알덩어리에 많게는 69%까지 기생해 꽃매미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