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무마를 댓가로 뒷돈 5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 이종사촌 형부인 윤모(77) 씨를 수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씨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황모(57)씨를 4차례나 방문해 "(석방이) 잘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접견 기록을 통해 밝혀졌다.
18대 대선 다음달인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이종사촌형부인 윤모씨는 변호사법 위반 사건으로 6년째 수배중이던 황모(57)씨를 처음 만난다.
이어 그해 5월 두 사람은 황씨의 사건을 수사중이던 통영지청에 함께 출두하지만 황씨는 곧바로 수감된다.
알게 된 지 4개월 밖에 안된 황씨를 위해 윤씨는 통영에 닷새간 머물며 황씨를 접견하는 등 보름간 모두 4차례나 접견한다.
CBS노컷뉴스가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4차례의 접견녹취록을 보면 윤씨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황씨가 수감된 때문인지 황씨 앞에서 시종일관 쩔쩔 매는 태도를 보인다.
윤씨의 황씨 접견 녹취록 갈무리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실 제공)
‘사장님’이라고 부르거나 ‘지시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한 부분을 보면 꼭 상전 모시는 듯한 모양새다. 황씨의 구명을 위해 윤씨가 사실확인서를 직접 받으러 다녔다고 말한 대목도 눈에 띈다.
황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몇 시간 앞둔 5월 31일 접견에서 윤씨는 황씨가 곧 풀려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길게 안 갈게”, “어떻게든 만들어야지”, “잘 되게 만들 거니까” 라고 말한다.
이날 두 사람간 대화에서는 모두 26차례의 웃음이 이어지는 등 구치소 접견치고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구속영장은 발부되고 만다.
다음날인 6월 1일 접견에서 윤씨는 황씨의 타박을 들으며 구속적부심을 논의한다. 이날 윤씨는 “이번에는 실수 없게 (하겠다)”라거나 “이번에는 꼭 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한다.
윤씨는 특히 “놀랬어, 이번에 와보니까 아.. 이거는.. 뭐 이런 데(통영지청 지칭)가 있나 싶어”라고 말한다. 석방 로비가 통하지 않았음을 실토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6월 5일 접견에서 황씨는 “열심히 해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빼줘야죠”라며 윤씨를 면박주기도 한다. 그러자 윤씨는 “6월 14일 구속적부심이 예정돼 있는데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날 구속적부심 역시 기각당한다. 황씨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결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게 되기에 이른다.
‘윤씨에게 5천만원을 줬다’는 황씨의 주장에 대해 윤씨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만난지 4개월 밖에 안 된 사람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도운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식사를 몇 차례 대접 받아 고마운 마음이 있었고, 자신이 변호사를 소개해 사건을 수임케 한 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씨는 2013년 7월 29일 작성한 ‘윤OO 진정서’에서 “청와대 김OO 비서관을 통하여 사건을 풀어준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기소를 풀고 난 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러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자고 했다”며 윤씨에게 3차례에 걸쳐 현금 5천만원을 줬다고 상세히 묘사했다.
진정서에는 또 윤씨가 “(2003년) 4월 하순경 통영지청장이 바뀐다, 그 때 통영지청장을 우리 사람으로 내려 보낸다, 그 이후에 사건을 풀도록 하자”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한편, CBS노컷뉴스 보도 직후 수사에 들어간 의정부 지검은 관련 인물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황씨의 물품을 압수수색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윤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