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무사 소속 현직 장교가 10일 구속기소되면서, '방첩부대'인 기무사의 존재이유가 부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에 이르기까지 '월례행사' 수준의 일탈이 이어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무사 비리'는 앞서 지난 4월 군무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면서 시작됐다. 무기중개업체인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에게 변모씨 등 기무사 소속 군무원 2명이 군사기밀 장사를 하다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변씨는 지난해 말까지 8년간 2급·3급 비밀을 비롯해 각종 무기체계 획득사업 정보, 국방부 및 방사청 내부동향 보고서 등 140여건을 이 회장에게 넘기고 1000만원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뒤에는 경찰 수사를 통해 기무사 전·현직 소령 2명이 레바논에 전략 물자를 밀수출하다 적발됐다. 전직 소령 이모씨는 2012년 11월까지 1년여간 레바논 파병시절 친분을 쌓아둔 현지인에게 AK-47 등 소총 탄창 3만여개를 오일필터 등으로 위장해 판 혐의로 구속됐다.
이를 통해 이씨 등이 챙긴 돈은 3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동 정세를 감안할 때 문제의 탄창이 테러조직에까지 넘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로부터 다시 한달여만에 현직 S소령이 해군 구축함 관련정보가 담긴 3급비밀 등 군사정보를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S소령은 가족여행 경비 보조 등 1000만원대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유·무형의 보안 사항을 감독하고 유출을 막아야 할 사람들이 앞장서서 임무를 배반했다는 데 있다.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군 안팎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기무사령관을 지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군은 문제 있는 당사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처분을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의원은 "국가 기밀이 개인용도로 쓰였다. 또 그런 일을 막아야할 사람이 되려 기밀을 유출했다"며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의법 조치해야 하고,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기무사령관 출신인 같은 당 김종태 의원도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혀를 찼다. 그는 "제대로 된 재발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행여라도 기무요원들이 금전적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 대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무사 내부의 자괴감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조현천 기무사령관도 기자간담회에서 "기무사에서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발생해 사령관으로 참담하고 송구스럽다"며 "정말 기무사의 존재가치를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라고 토로했다.
조 사령관은 특별직무감찰 실시, 윤리강령 위반시 '원아웃' 퇴출제 도입, 일반부대와의 인사 순환 등 5가지 쇄신안을 발표했다. 기무사가 자정 의지를 밝혔지만, 쇄신 실현 가능성을 놓고는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기무사령관이 조직전반을 쇄신하겠다지만, 군 조직의 특성상 결국 자체 감사와 감찰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수준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라든가 제 3기관에 의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감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