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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대학생의 동거… '룸 셰어링'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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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대학생 공동주거 프로젝트 "서로 배려하며 사생활 존중"

- “내일은 몇 시에 일어나야하니?”
- “내일은 12시 수업이라 10시 전에만 일어나면 될 것 같아요.”
- “그렇구나, 일찍 안 깨워도 되겠네. 참. 오늘 수요일이니까 알바하는 날이지? 오늘은 늦게 들어오겠네?”
- “네. 오늘은 집에 도착하면 밤 12시가 조금 넘을 것 같아요. 먼저 주무세요. 그리고 과일 가져온 것 냉장고에 넣어놨으니까 배고플 때 꺼내 드세요!”"

 

서울시 성북구의 한 아파트. 이곳에는 조금 특별한 형태의 동거를 하는 가구가 있다. 노부부만 생활하던 이곳에서 2개월 전부터 대학생 2명이 함께 살게 됐다. 이들은 2014년부터 서울시에서 시행중인 어르신-대학생 주거공유 사업 ‘룸 셰어링’의 이용자들이다.

‘룸셰어링’은 주택을 소유한 65세이상 어르신이 보증금 없이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대학생 및 휴학생에게 방을 임대해주는 제도이다.

현재 ‘한 지붕 세대공감’이라는 명칭으로 노원구, 서대문구, 광진구, 동대문구에서 운영 중이며, 성북구와 동작구에서는 ‘세대융합형 룸셰어링’이 진행 중이다. 올해 4월부터는 마포구와 성동구, 종로구와 서초구도 ‘세대융합형 룸셰어링’ 사업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노인 문제를 해결하고, 주거난을 겪는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방을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로 마련되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한창 사생활이 중요한 대학생들과 노인들이 과연 ‘잘 어울려 살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물음이다.

그러나 룸 셰어링을 통해 인연을 맺은 홍제술(70) 할머니와 이유나(22) 학생은 이런 걱정을 괜한 기우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서로 배려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바람직한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로, 또 함께 주거공간을 나누는 가족으로 생활하고 있다.

기자가 이들의 집을 찾았을 때, 홍제술 할머니는 차와 삶은 계란을 내왔다. 계란은 학생의 시골집에서 보내준 것이라 했다. 학생의 시골집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계란이나 빵 같은 간식거리를 이곳으로 보낸다. 이유나 학생은 노부부를 위해 집에서 가져온 간식을 냉장고에 넣어놓기도 하고, 가끔 노부부와 함께 이것을 나눠먹기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또한 학생들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필요한 물건을 꼭 챙겨준다.

“어르신들만 사는 집이었으니까 모든 방에서 인터넷이 되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가 입주한 이후에 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해주셨죠. 할아버지께서는 가끔 제게 지인에게 얻은 전시회 표도 챙겨주세요. 정말 감사하죠.”

뿐만 아니라 이들은 서로 부족한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받는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모두 사용하는 할아버지지만,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에는 학생의 도움을 받는다.

이유나 학생은 "할아버지가 컴퓨터로 공인인증서를 설치하는 것을 도와드린 적이 있다"며 환히 웃었다. 할머니는 학생이 지각하지 않도록 스케줄에 맞춰 학생을 깨워준다. 바쁜 학생을 위해 빨래를 해주기도 한다.

생면부지 남이었지만, 이처럼 조화롭게 잘 살아가는 데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8시에 밥을 먹지만, 학생들은 피곤하니까 늦게 일어날 때도 있고. 그래서 꼭 그 시간에 깨우지 않고 밥을 차려놓고 나갈 때도 많아요. 학생이 기특한 게 밥을 먹고 나서 그릇을 꼭 치우더라고요. 함께 밥 먹을 때는 꼭 감사 인사를 하구요. 사소한 것 같지만 몸에 밴 예의가 있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아요.”

이유나 학생은 식생활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배려를 느낀다고 했다. 콩밥과 약초물을 먹는 노부부였지만, 학생이 입주한 이후에는 흰쌀밥과 생수를 항상 준비해 놓는다. 학생이 직접 요구한 것도 아니었지만, 콩밥을 잘 먹지 않는 학생을 보고 할머니가 따로 음식을 챙기는 것이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룸 셰어링’ 제도에 정착한 참여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김소라(21)씨는 룸셰어링을 신청했다가 2번이나 계약에 실패했다. 2015년 1월 초에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고를 본 소라씨는 바로 신청서를 냈지만, 1달이 지난 2월 중순이 되어서야 ‘집이 매칭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 시작한 사업이라 진행이 느린 것은 이해했지만, 방학 내내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구청에서 처음 소개한 집은 할머니가 혼자 사는 오래된 아파트였다. 집을 보고 나서, 입주 날짜를 협의했고 계약서는 입주 후에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이틀 후, 구청에서는 ‘할머니가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룸셰어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구청 측에서는 곧바로 다른 집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소라씨는 집을 보기 위해 다시 서울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소라씨는 ‘오래된 집’이라는 구청 직원의 설명을 듣고, 내부 사진만 보고 입주를 결정했다. 하지만 개강 당일 처음으로 가본 집은 단순히 ‘오래된 집’이 아니라, 언덕 여러 개를 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 다소 험한 곳에 위치한 집이었다.

사진보다 훨씬 좁은 방인데다가 창문 한쪽이 뚫려 있어 바람도 많이 들어왔다. 샤워기에서는 구정물이 흘러나와 동네 목욕탕에 가서 샤워를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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