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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역대 선거결과로 보는 '親朴'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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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 대통령도 화날 만 하다

6.25 국무회의 석상에서 작심하고 꺼낸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을 다시 곱씹어봤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4월 총선으로 돌아가보자. 팍팍해진 살림살이, 이명박 정부의 독주, 여당의 무능 등이 겹치면서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결과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진두지휘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완승이었다.

서울, 호남, 경기 일부를 제외하면 "위험한 야당의 국회 장악을 막아달라"는 박 위원장의 호소가 제대로 먹힌 것이다. '선거의 여왕'이 맞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부터 19대 총선 공천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78명이나 된다.

대통령이 6.25 국무회의 모두 발언 16분중 12분을 할애해 '배신의 정치'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정치권을 비판했을 때는 이런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의 스마트폰에 찍힌 명단을 보면 '초선 친박'은 고작 8명뿐이었다. 70명은 대통령을 엄호하지 않고 어디로 숨은 걸까. 세상에 이런 '배신'도 없다.

지난 2012년 3월 '새누리당 총선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발언하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대표

 

2012년 총선 때 소위 '찍혀서' 공천도 받지 못했던 김무성 대표도 대통령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마당인데도 말이다.(김 대표는 2007년 '박근혜 경선 캠프' 조직총괄 본부장이었지만 이후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 박 대통령은 당시 "친박 좌장은 없다"는 말로 관계가 끝났음을 공식화했고 2012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 그런데 대통령께도 이 말씀은 꼭 드려야겠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점차 깨지면서 민심이 변했는데 혹시 대통령의 시계는 2012년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2012년에는 하지 말래도 '친박'에 끼워달라고 아우성을 쳤겠지만 이제 '친박'으론 다가올 선거에 완승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인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민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직업군이 바로 '국회의원'이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만한 직업은 그 어디에도 없다. 표를 얻어 또 당선돼야 하니 민심이 변하는 미세한 소리마저 천둥소리처럼 느끼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들의 시계는 2016년 4월로 맞춰져 있는지도 모르는데 지금 '배신의 정치' 운운하는 건 공허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 2014년 지방선거부터 '친박'이 사라졌다

지난 2014년 5월 열린 새누리당 제6회 동시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취임후 1년 반만에 치러진 2014년 6월 지방선거 결과는 이러한 정서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각인시켜줬다고도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도 일정부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민심의 변화가 더이상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는 안되는 선거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례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친박계는 김황식 전 총리를 밀었지만 비박계인 정몽준 의원에게 경선 패배해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충남도지사 선거엔 친박계에서 정진석 전 의원을 내세웠지만 안희정 지사에게 크게 졌고 '대전은요?'의 주인공인 친박계 박성효 전 시장을 앞세운 대전시장 선거에서도 승리의 여신은 '권선택'을 선택했다.

제주도지사는 친박계를 등에 업은 우근민 전 지사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실패했다.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조차 친이계 권영진 전 의원이 시장에 당선됐다. 서상기 의원을 밀었던 대통령으로선 가장 뼈아픈 패배였고 충격도 그만큼 더 컸을 것이다.

경남도지사와 울산시장 역시 홍준표, 김기현이 당선됨으로써 친박은 급격하게 위축되고 말았다. 부산시장과 인천시장을 건졌지만 연패를 고려하면 '빛바랜 훈장'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당내 선거는 어쩌면 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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