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르스로 숨진 사람들의 지병을 애써 부각시키는가 하면, 65살 이상은 무조건 '중환자' 취급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8일 브리핑에서 전날 숨진 104번(55) 환자의 기저질환 여부를 놓고 수차례 말을 바꾸는 촌극을 벌였다.
애초 보건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104번 환자가 평소 기저질환 등 지병없이 건강했는데도 메르스로 숨진 사례로 분류했다.
암이나 심장·폐·신장질환, 당뇨, 면역저하질환 등 각종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메르스에 걸려 숨진 환자를 3명으로 공식 집계한 것.
하지만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불과 두 시간만에 말을 바꿨다.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104번 환자는 기존에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어서 당뇨병을 기저질환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기저질환이나 고연령 등 고위험군이 아닌 환자는 2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의가 잇따르자 "전날 사망한 분이 (고위험군이 아닌 사망자로) 분류된 것 같다"는 오락가락 답변을 내놨다.
혼란이 가중되자 권덕철 총괄반장이 나서 "104번 환자가 평소 당뇨병을 진단받아 앓았던 것은 아니지만, 진료 과정에서 당뇨병에 걸린 사실이 노출됐다"며 "평소 앓던 기저질환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또다른 보건당국 관계자가 "대책본부에서 3명이 맞다고 한다"고 전달하자 '꿀먹은 병아리'가 된 두 사람은 "전문가들에게 확인해보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당국의 해명에 따르더라도 환자 본인은 자각조차 하지 못했던 당뇨 징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평소 건강했던 55살 남성을 쉽게 사망할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몰아놓은 셈이다.
메르스와 사망의 연관성을 줄여보려는 보건당국의 끼워맞추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숨진 123번(55) 환자 역시 별다른 질환이 없었지만, 보건당국은 "고혈압이라는 것도 일종의 심혈관계질환"이라며 "기저질환으로 심혈관계질환이 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분류해버렸다.
지난 12일 사망한 51번(72·여) 환자에 대해서도 기저질환이 없는 사망자로 분류했다가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다.
당국은 나흘 뒤인 지난 16일 "70세 이상의 고령인 경우는 전반적인 면역체계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며 "기저질환이 없다고 얘기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때까지 기저질환 유무를 발표해온 당국은 51번 환자 이후로는 기저질환을 앓았던 '만성질환자'와 '고연령층'을 묶어 '고위험군'으로 달리 표현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평소 건강했더라도 65살 이상이라면, 메르스에 걸렸을 경우 죽을 수밖에 없는 '중환자'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 된다.
당국 발표대로라면 지금까지 발생한 32명의 사망자 가운데 평소 건강했다가 메르스로 숨진 사람은 2명밖에 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애써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사태 초반만 해도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에 걸려도 감기처럼 금방 낫는다"던 당국의 이런 행태를 두고, 잇따른 사망자를 불러온 방역 실패의 책임을 환자 개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