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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일기] "5개국어하는 연대생, 하지만 서글픈 인문대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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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다는 문돌이, 문순이의 취업 핸디캡 극복해 보이겠다"…서승현씨 편

 

지난 5월 6일 기자에게 한통의 이메일이 왔다. '취준일기' 참가자 모집글을 보고 보내온 메일이었다. 연세대 철학과 4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인문대 학생이 취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직접 보여주면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적었다.

서승현씨의 '취준일기'는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

직접 만나본 서씨는 쿨했다. 부모 잘 만나서 '운좋게' 강남 8학군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남들처럼 '죽어라' 공부해서 연세대 철학과를 가게 됐다고 했다.

대학 입학 이후 그의 관심사는 이른바 '8학군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술관과 전시회를 전전했다. 대학 4년을 관통하며 그가 더 열정을 쏟은 쪽도 미술 분야였다. 미술관의 도슨트(미술 작품과 작가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설명해 주는 사람), 아트페어 세일즈 메니저, 미술관의 행정 스태프, 두 차례의 문화 예술 분야 해외 연수 등의 이력이 잘 보여준다.

프랑스어와 이태리어 해독 능력도 그 나라의 미술 작품을 향유하다 보니 생긴 결과물이었다. 영어는 통역이 가능한 수준이고 중국어도 수준급이다.

인문, 예술적 소양에 5개 국어 구사력과 국제 감각 등으로 잘 무장된 그였지만 취업을 앞두고는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었다.

서류 탈락의 수모를 거듭 맛보며 인문대 생의 설움을 톡톡히 치렀다. 1년 선배 40명 가운데 정상적인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고작 1명 뿐이었던 현실은 그를 불면의 밤 속으로 가뒀다.

학점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취준활동 외에 학교 시험에도 매달려야 했던 그의 5, 6월은 그의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스팸인줄 알고 안 받았던 전화가 지원한 회사의 인사팀에서 걸려온 것이었다는 사실을 한밤중에 알게 됐던 때의 허탈감, 야식이 면접에 도움이 안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냉장고를 비우던 자신에 대한 미움, 수업시간에 자소서를 쓰면서 느꼈던 자괴감 등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마지막 학교 시험을 앞둔 6월 어느 날 그에게 벼락처럼 최종합격 전화가 걸려왔다. 외국계 기업의 인턴자리. 합격 확률은 1/180이었다. 그는 음성으로 기록한 취준일기에서 "운이 많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겸손해져야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그는 7월 1일 다국적기업 A사에 첫 출근할 예정이다.

유씨가 한달간 기록한 취준일기를 직접 들어보자.

[편집자의 글] 이 기사는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가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연속기획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취준생들에게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업준비 활동을 매일 일기처럼 음성으로 녹음하게 했습니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됩니다. 제작진에 전송돼 온 한달치 음성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미니 다큐로 가공돼 CBS라디오 뉴스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음성 파일이 탑재된 텍스트 기사 형태로 편집돼 이 기사처럼 매주 한 편씩 소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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