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과 야당을 싸잡아 '국정방해세력'으로 비판하자 새정치연합은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을 모두 국회의 책임인양 덮어씌우고 있다고 반발했고 일부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는 등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와 여의도정치 비판을 폭거로 규정하면서 메르스를 제외한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해 당분간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행한 발언의 요지는 정치권이 법안 주고받기를 하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여의도 정치인들을 심판받을 대상으로 규정하며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여의도정치를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로 규정, 당선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작심발언은 현 여권의 역학관계와 무관치 않다. 김무성-유승민 투톱체제 쪽으로 당의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의회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자 위기타개책으로 강공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부터 사사건건 청와대와 각을 세워온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해 원내사령탑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동시에 집권후반기 정국의 주도권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적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5일 "청와대와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 송구하다"면서 청와대에 허리를 숙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그동안 원내주도권을 바탕으로 야당과의 협상에서 주요 현안결정을 주도해왔지만 청와대발 거부권 파동으로 야당과의 협상재량권은 상당부분 제한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로인해 여의도정치의 청와대 예속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충격에 휩싸였고 야당은 대통령의 반 의회적이 발언을 폭거로 규정 청와대와 전면전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입장이 분출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5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는게 정치인데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만 남았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무능을 국회에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국회를 모욕하고 특정인에(유승민) 대한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거부권행사와 국회비난을 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의회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포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