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내내 이어져온 '병원내 감염'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반면, 소리 소문없이 확산되는 '지역 전파'의 가능성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다.
당국의 방역에 구멍이 뚫려 감염된 환자들이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안에서 '클러스터(대규모) 감염' 형태를 띠던 1차 및 2차 유행과 달리, 이번주 들어선 특정병원을 가리지 않고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건국대병원에서 비격리 상태로 확진 판정을 받은 170번(77) 환자만 해도 '경유지'인 경기 구리시의 카이저재활병원과 속편한내과 의원 등 두 곳이 폐쇄됐다.
하지만 이 환자가 이틀간 입원했던 카이저재활병원은 도심의 9층짜리 건물로, 방문객의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22일 엘리베이터를 포함해 건물 전체를 소독하는 한편, 건물 방문객도 능동감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예식장이나 학원, 은행을 찾은 수천명의 시민들은 추적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격리 해제 이후에야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 대청병원의 간병인 172번(61·여) 환자도 지난 15일 인근 주민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
일부 자가격리자들도 버젓이 바깥 활동을 하는 경우가 허다한 마당에, 격리가 풀려 안심했던 이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서 154번(52) 환자의 경우에도 증상 발현 이후 대구 시내 경로당이나 목욕탕, 어린이집과 식당 등을 들른 뒤에야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와 같이 목욕한 14명 중 5명은 여전히 행방조차 묘연해 보건당국이 추적중이다.
141번(42) 환자가 여행을 떠났던 제주 지역, 고등학교 교사인 131번(59)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뒤 수업까지 진행한 경북 포항 등의 지역도 요주의 대상이다.
여기에 더해 평택 경찰인 119번(35) 환자나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밖 외래 감염자인 115번(77·여) 환자처럼 아직도 전파 경로가 미궁에 빠져있는 환자들 역시 지역전파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