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로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금고지기 2명이 나란히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혐의로 한장섭(50·전 부사장)씨와 전모(50·전 재무담당 상무)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한씨는 2009년 10월부터 자금관리를 맡은 2대 금고지기로, 성완종 리스트 속 당사자들이 연루된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과 2012년 대선 등 주요 시점에 경남기업 비자금 조달을 한 핵심 인물이다.
전씨는 한씨에 앞서 2001년부터 2009년 3월까지 경남기업 재무담당 이사와 상무를 지내면서 회사 자금을 총괄한 1대 금고지기다.
이들은 성 전 회장과 공모해 대여금과 현장 전도금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 수십~수백억원을 각각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대아레저산업㈜과 대원건설산업㈜, 대아건설㈜ 자금 130억6600만원을 직원들에게 성 전 회장의 개인 명의 통장으로 송금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2008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계열사인 대아레저산업㈜ 자금 35억 5천만원을 같은 방법으로 성 전 회장의 개인 통장에 송금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송금된 돈은 성 전 회장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개인대출금 146억원 변제, 주식구입비용, 소송비용과 세금납부 등 개인적인 명목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또 지난해 10월까지 24억 6150만원을, 전씨는 2007년부터 퇴사 때까지 대아건설㈜의 현장 전도금 명목으로 허위 전표를 작성하도록 계열사 자금팀 직원에게 지시해 6억 2985만여원을 각각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검찰은 한씨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관한 법률 위반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의 신규 공사 수주와 자금차입 편의를 위해 한씨와 경남기업 회계팀에게 구체적인 목표 수치까지 제시하며 공사진행률 조작과 재무제표 분식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씨는 재무제표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 등을 높이는 방법으로 경남기업 재무재표를 허위로 작성해 공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