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2014년 말, 교수들이 그 해를 특징짓는 사자성어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았다.
'지록위마'는 '사기'에 실린 고사성어로, 진시황본기에서 조고가 자신의 힘을 자랑코자 황제에게조차 '사슴을 말'이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2014년 정국을 흔들었던 세월호 참사, 십상시 국정 개입 의혹 등을 은근히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조고의 권력이 무서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말도 안되는' 말에 토를 달지 못한 채 '맞다'고 맞장구를 치는 모습은 2014년의 대한민국과 묘하게 오버랩됐다.
그런데 어쩌면 2015년의 사자성어도 '지록위마'가 선정돼 2연패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사실 2014년의 '지록위마' 선정은 정권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있었지만, 정작 정부는 반성은 커녕 '거짓 문화'를 확산시키는 진원지가 돼가는 형국이다.
청와대 제공
2015년 세월호 1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메르스'가 찾아왔다. 정부는 초기 방역에 실패했고 책임을 민간 병원에게 넘기기 급급했다. 삼성서울병원장이 청주에 불려가 대통령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의 사진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메르스가 공포스러운 건 정부의 '정보 독점'에 기인한 탓이 크다. 공포영화도 다음 장면을 모르기 때문에 소스라치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정보 독점'의 가장 나쁜 발현은 '거짓말'이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증상 발현일을 기준으로 보면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자료를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이 거듭됐지만 "전체적으로 데이터가 방대하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거짓이 참을 압도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 결국은 망한다. 손바닥으로 아무리 해를 가려보고, 풀숲에 머리를 처박고 숨어봐도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역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였다기보다는 '시간 떼우기'에 가까웠고 결국 총리 임명동의안이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황 총리가 메르스 사태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소위 언론 권력, 문화 권력도 슬슬 '거짓말 작전'에 동참하고 있는 듯 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윗물이 오염되다 보니 자연스레 아랫물도 부끄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타락 사회'가 돼버린 것이다.
JTBC 손석희 사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개표 방송에서 지상파 방송의 출구조사 정보를 미리 입수해 자사의 방송에 사용한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후 기자들의 질문에 손 사장은 시종일관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고, 그런 모습을 지켜 본 손 사장의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투표가 끝난 오후 6시 직후 MBC가 예측 1, 2위 후보를 발표하기 시작(오후 6시 0분 45초)하고 겨우 2초 지나서 JTBC도 지상파 3사 출구조사 수치를 방송(오후 6시 0분 47초)했다.
그때는 KBS와 SBS에선 예측 득표율이 자세히 방송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JTBC는 정확한 득표율을 CG까지 동원해 방송했다.
또한 손 사장은 경향신문의 故성완종 회장 녹취록 전문공개를 불과 몇시간 앞둔 시점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확보한 것도 아닌 녹취파일을 자사 방송을 통해 내보냈지만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신경숙 작가에게도 묻는다. "(표절 의혹이 된) '우국'을 본 적도 없고, 표절 논란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해명이 당대의 최고 지성이라는 사람에게서 나온 책임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신경숙 작가를 두둔하고 나선 창비는 이미 SNS상에서 '창피'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결국은 망한다. 그러니 모두들 망하기 전에 용기를 내시라. '거짓말 역병(疫病)'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