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3차 진원지'도 삼성서울병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이 가능성에 말을 아껴온 보건당국도 17일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추가확산이 제일 우려가 된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병원에서 뒤늦게 발견된 137번(55) 환자에 대해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137번 환자가 근무한 지난 2~10일 방문이력이 있는 모든 외래·입원환자 정보를 수집해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을 통해 발열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국이 언급한 '지난 2~10일'은 이 환자가 아무런 격리나 통제 없이 응급실뿐 아니라 병원 곳곳을 다니면서 다른 일반 환자들과 접촉한 기간이다. 방역 실패가 대규모 3차 유행의 가능성을 높인 기간이기도 하다.
앞서 삼성서울병원은 초동대응에도 실패하면서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전국에 메르스를 확산시킨 '2차 진원지'가 됐다. 이 병원에서 발생한 80명의 환자가 이를 증명한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이달 둘째주인 12일쯤부터 메르스 확산이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해왔다.
본인 의도와 무관하게 삼성서울병원을 감염시킨 14번(35) 환자가 지난달 27~29일 이 병원 응급실을 찾은 점을 고려, 최장 잠복기로 설정한 2주일이 지난 시점을 '마지노선'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17일만 해도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추가 메르스 확진자가 5명이다. 특히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3차 유행을 촉발시킬 '제3의 수퍼 전파자'로 꼽히고 있는 형편이다.
이 환자가 감염 증상을 보인 2일 이후 정상 근무를 해온 날짜만 따져도 지난 10일까지 아흐레나 된다. 그동안 76명의 환자들을 직접 이송했고,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기도 했다.
보건당국도 "137번 환자와 관련해 추적 관리하는 대상자 규모는 약 480명"이라며 "그 가운데 환자만 약 160여명이나 된다"고 심각성을 시인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137번 환자와 같은 경우 환자의 보호자 동행자 내원객 등에 대해 계속 (추가 감염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확진 판정 사실이 공개된 162번(33) 환자 역시 삼성서울병원의 방사선사여서, 대규모 4차 감염을 불러올 수 있는 '수퍼 전파자'로 꼽힌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지난 11~12일쯤 영상 진단장치를 촬영하다 노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 반장은 "162번 환자가 최소 4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와 영상 촬영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영상촬영 도중 환자가 기침할 때 정면에서 기침을 맞았다"고 밝혔다.
아직 보건당국은 이 환자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중이지만, 증상 발현 이후 삼성서울병원 환자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 시민들과 접촉했는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여전히 감염경로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115번(77·여) 환자와 141번(42) 환자의 '수퍼 전파' 가능성도 복병이다.
이들은 각각 정형외과와 비뇨기과에 외래 방문했을 뿐, 14번 환자와 긴밀 접촉은커녕 응급실에 들어선 적도 없다.
따라서 아직 보건당국이 밝혀내지 못한 이들의 감염경로를 통해 추가 환자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병원발 '3차 유행'은 이미 진행 상태에 들어갔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