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녹조가 나타난 낙동강 수면 위로 떼지어 올라온 물고기들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6월 초인데 강 전체가 마치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 같았습니다. 벌써 작년 7월 중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녹조가) 뭉글뭉글 증식을 하는게 보여서 섬뜩한 수준이었습니다. 물고기들이 수면위로 떼지어 올라온 것도 봤는데 아마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난 10일 낙동강 중류인 고령교 인근을 둘러본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의 목소리에 근심이 가득했다. 특히나 낙동강 물을 마셔야 하는 대구 경북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벌써부터 녹조가 심해지는 현상에 걱정이 많았다.
◇ 녹조, 올해는 더 빨라지고 심해져 실제로 올해 녹조현상은 더 빨라졌고, 더 심각해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낙동강에 녹조가 처음으로 500셀(cell) 이상 발생한 시점은 5월 11일(창녕함안보)이었다. 지난해 첫 출현 시점이 5월 26일(합천창녕보)인 점을 감안하면 출현 시기가 정확히 보름 빨라졌다.
그 이유는 녹조 증식에 필요한 유량과 유속, 기온 등의 요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강수량은 평년대비 56% 수준으로 극심한 가뭄이 진행되고 있고, 평균기온은 섭씨 18.6도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환경부 분석자료에 따르면, 낙동강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 설치로 강물의 체류시간이 5.4배 더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보 설치 이후 금강의 강물 체류시간이 1.3배, 영산강이 1.2배, 한강이 1.1배 늘어나는데 그친 것에 비하면 낙동강의 유속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4대강 사업 이후 유독 낙동강에서 녹조가 심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유속 자체가 느려진데다,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들면서 물의 정체는 더욱 심화됐다. 이 때문에 올해는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낙동강 하류 쪽보다 상류 쪽인 상주보에서 먼저 녹조가 시작됐다. 그리고 여기에 높은 온도까지 가세하면서 녹조 출현 시기는 더욱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유속 급격한 변화
지난 10일 경북 고령교 인근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한 모습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문제는 앞으로 녹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런 추세로 비가 오지 않고 기온이 높아지는 추세라면 작년보다 녹조가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청은 올 여름 장마가 늦어지고,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환경부는 낙동강 중류를 시작으로 7~8월에는 4대강 주요수계에서 심한 녹조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녹조 현상으로 인한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이달 1일부터 환경부와 국토부, 농식품부가 녹조대응 TF가 운영되고 있고, 댐과 보, 저수지를 연계한 비상 방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또 주기적으로 4대강 유역에 대한 항공 감시와 보구간 입체 모니터링으로 조류발생 주요 인자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분석하고 있다. 4대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가운데 오염이 심한 18개 지류도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집중관리에 들어갔다.
장기적으로는 녹조현상이 심한 지류와 지천에 대한 정밀진단을 통해 종합적인 수질대책을 2017년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4대강의 녹조가 심해질수록 수문 개방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유속을 증가시키는 것이 해답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언제까지 조류제거제나 뿌리고, 조류콤바인 같은 장비로 눈가림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가장 쉽고 돈도 들지 않는 방법은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