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장기전 양상인 삼성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지 주목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경영참여 선언에 따른 5일간의 '냉각기간'이 끝났다. 일시적으로 적용된 삼성물산 지분 매입 금지가 해제된 것이다.
자본시장법상 특정 기업 주식 5% 이상을 취득한 주주가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명시해 공시할 경우 5거래일 동안 해당 기업 주식을 추가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며 단기투자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내비친 만큼 앞으로 삼성물산을 대규모 매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주총 표대결에서 삼성에 패할 것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주총에서 가결되고 나면 엘리엇의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율이 2.05%로 급락해 현재처럼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상법상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되어야만 임시주주총회 소집권과 주주제안권 등의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엘리엇이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선다면 통합 법인의 지분율을 최소 3%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주식 매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타깃이 삼성물산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 등으로 설정돼 있다면 2%대 지분으로는 삼성그룹과의 분쟁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에 최소 3%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려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통합 법인의 지분 3%를 확보하기 위해선 삼성물산 지분율을 현 7.12%에서 10.41%로 3.28%포인트 더 늘려야 한다.
3,505억 원(12일 종가기준)어치의 주식을 추가 매입해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현재까지 6,8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액은 1조 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엘리엇의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260억 달러(약 29조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엘리엇이 향후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인다면 삼성그룹과의 장기전에 돌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분쟁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주는 국내 기관투자가는 늘고 있다.
전날 신영자산운용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데 이어 대신경제연구소가 이날 합병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은 "합병과정에서 법규 위반 사항이 없을 뿐 아니라 일부 논란에도 합병시점 및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문제가 크지 않아 이번 합병 건에 대해서 찬성 의견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더욱이 합병 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해소가 가속화되고 지배구조가 개선돼 향후 주주권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