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보건당국이 115번째 메르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외래진료 과정에서 감염됐다고 밝힌 가운데 11일 삼성서울병원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병원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테이블 두 대에 손 소독제가 각각 두 대씩 놓였고 안내데스크 직원들은 방문객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주는 등 감염 예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입구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기계가 설치됐고, 행여 온도가 조금이라도 높게 감지된다 싶을 때면 직원이 직접 체온계로 측정하기도 했다.
보안요원뿐 아니라 전 직원, 환자 모두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했고 심지어 자재를 납품하기 위해 병원을 들른 업체 직원들까지도 장갑에 마스크까지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병원 1층 로비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오갔지만 2층 외래병동부터는 병원 실내가 꽤 한산했다.
특히 산부인과는 40대 임신부가 감염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 때문인지 간호사나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난임클리닉이나 부인암센터 등에서 40~50대 여성 한 두 명만 보였을 뿐, 임신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임신부들의 불안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외래진료 상황 모니터에는 진료 대기자가 없다. (이지혜 기자)
서울삼성병원 로비에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쓴채 지나가고 있다. (이지혜 기자)
진료실 앞 텔레비전에 나타난 진료순서표에는 대기 환자 이름, 담당의사, 대기시간 등의 문구가 적혔지만, 방문한 환자들의 명단은 하나도 없었다. 접수를 위해 대기 중인 간호사들만 마스크를 쓴 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선택진료의사 명단이 적힌 게시판에는 뇌신경센터만 해도 전체 8명 의사 중 6명이 5일 가량 '휴진'이라고 적혔다.
오가는 사람 없이 썰렁한 대기좌석 옆에는 마스크, 손 위생, 기침예절,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삼갈 것을 당부하는 '메르스 위생수칙' 게시물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환자, 간병인 등은 모두 마스크를 한 모습으로 병원 환자 수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약을 타기 위해 같이 병원에 왔다는 장공규(75) 할머니는 "약을 타야해서 아들이 면역력이 약한데 어쩔 수 없이 왔다"며 "평소였으면 오래 기다려야 했겠지만, 병원 안에 환자 수가 많이 줄어서 수월하게 약을 탔다"고 말했다.
심장질환으로 수술한 환자 간병을 위해 일주일 동안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다는 최경자(63)씨도 "환자들이 별로 없어 병동이 텅텅 비어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람이야 아무 일 없을 것으로 생각해 개의치 않겠지만,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이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지난 번 환자가 퇴원을 한 뒤 방역복을 갖춰입은 직원들이 병실에 들어가 방역을 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과 긴장을 한 적도 있었지만, 공기보다는 접촉성 질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에 안심했다"고 말했다.
그 만큼 지난 기간 삼성서울병원 내에 상주하던 이들 간에 긴장감이 팽배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차 감염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의 미숙한 대처를 꼬집는 환자 보호자도 있었다.
아이 눈 수술이 예정돼 있어 피치못하게 병원을 들렀다는 강모(47)씨는 "불안감에 집에서부터 마스크를 아이와 함께 착용하고 왔다"며 "외래 환자가 감염됐다면 병원 측을 폐쇄시키던가 해야지 예약했던 사람들은 오고 있는데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이날 "115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외래진료 과정에서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자 병원 측은 해당 환자가 응급실 구역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11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쯤 정형외과 외래진료를 위해 본원을 내원했고, 진료 전 엑스레이 검사를 시행했다"며 동선을 상세히 밝혔다.
이어 "해당 환자는 검사 후 응급실 구역 화장실을 들렀으며, 이 때 14번 환자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