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집회 도중 태극기를 태운 혐의로 검거된 김모씨(23)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 등으로 체포된 2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4.18 세월호 집회 불법행위자 수사본부는 31일 국기모독 등의 혐의로 김모(2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18일 세월호 추모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극기를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9일 밤 경기 안양시 달안로 주변 공원벤치에서 김씨를 붙잡아 조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 구속영장 신청은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가 경찰조사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사실을 이미 시인했고, 태극기 역시 미리 준비해간 게 아니라 집회 도중 경찰버스의 깨진 유리창에 끼어있던 것이라고 진술해 계획적 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국기를 모독할 목적은 아니었고,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울분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태극기를 불태웠다"고 진술했다.
태극기를 불태우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도덕적 비난이 거세게 인 것도 경찰이 강공을 선택한 요인으로 보인다.
세월호 추모 집회를 반정부·반국가 성격의 시위로 변질된 것으로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에, 경찰이 편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대한변협 세월호 특위의 황필규 변호사는 “김씨의 말을 들어보면 태극기를 불태운 건 정부나 공권력에 대한 항의 차원인데 정부와 국가를 동일하게 본 경찰의 판단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씨가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데다 경찰차량을 망가뜨리는 등의 혐의도 추가로 드러난 만큼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