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 FIFA 회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국제축구연맹(FIFA)이 사상 최대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가운데,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는 제프 블래터(79) 피파 회장이 28일(현지시간) 피파 총회에서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블래터 회장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피파 총회 개막연설을 통해 "피파 고위 간부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된 것에 대해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축구계와 피파 총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면서 "어떤 종류의 부정부패도 용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거센 사퇴 압박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걸 알고 있지만, 내가 모든 이들을 항상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잘못된 행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걸 숨기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쓸 것"이라고도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 사법당국은 피파 간부 9명과 스포츠 미디어 업계 관계자 4명, 뇌물수수 중개자 1명 등 총 14명을 기소할 방침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 1991년 이후 24년간 피파 전현직 간부들이 뇌물로 최소 1억5000만달러(1600억원)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7년간 피파 회장직에 재임한 블래터 회장은 이 같은 대규모 부패 스캔들의 중심 인물로 알려져 왔다.
앞서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마이클 플라티니는 "블래터에게 '피파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사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그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영국 존 위팅데일 문화체육부 장관은 영국축구협회가 피파에서 탈퇴하는 선택까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피파를 공식 후원해왔던 기업들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아디다스는 피파에 대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코카콜라도 월드컵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29일 예정돼 있는 피파 회장 선거의 입후보자는 블래터 회장과 요르단의 알리 빈 후세인 왕자다. 선거는 총 209개 회원국이 1표씩 행사하는 투표로 진행된다.
블래터 회장은 그동안 월드컵 방송중계료 및 후원금 등으로 확보한 수익을 통해 소규모 회원국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방식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재임 기간 동안 공개 수사를 받은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이제껏 블래터 회장은 사실상 무리 없이 5선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피파의 부패가 공식적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