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언론 생태계. 매체들은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포화 상태에서 생존은 쉽지 않습니다. 답답한 국내 언론인들을 위해 미디어 산업의 '어벤져스'들이 서울에 모였습니다. CBS노컷뉴스는 '레드오션' 생태계 속 언론 생존법을 찾아, 서울디지털페스티벌(SDF) 명사들의 강연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편집자 주]<기사 싣는="" 순서="">
① '칼보다 강한 펜'…언론인이 권력에 맞서는 법
② 리스티클·드레스 논쟁…'버즈피드'를 말하다
③ '이야기는 시청자의 머릿 속에서 완성된다"
NRK 프로듀서 겸 '슬로우 TV' 연출가 토마스 헬룸. 사진=2015 서울디지털포럼 제공
'인생은 약간 이상할 때 가장 멋지다'(Life is best when it's a bit strange).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서 TV쇼 '슬로(Slow) TV'를 연출하고 있는 토마스 헬룸 PD의 좌우명이다.
'슬로 TV'는 평범을 넘어 지루해 보이는 일상을 촬영한 후 특별한 편집 없이 보여준다. 화면 속에서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보여지는 화면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슬로 TV'는 현재 노르웨이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힌다.
토마스 헬룸은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 디지털플라자에서 열린 '2015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슬로 TV'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슬로 TV'를 해보자고 처음 제안했을 때 회사 쪽은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서 시작했는데 예상 밖의 대성공을 거뒀죠."
시작은 2009년이었다. 노르웨이를 동서로 횡단하는 열차 '베르겐'(Bergen)은 그 해 개통 100주년을 맞았다. 토마스 헬룸은 이를 기념해 동서를 횡단하는데 7시간 걸리는 열차 안팎의 모습을 4대의 카메라로 찍어 편집 없이 그대로 방송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전부였지만 'NRK 2'에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120만명(노르웨이 전체인구 500만명)이 시청하는 등 크게 히트했다. 'NRK 1'의 뉴스 앵커가 뉴스 진행 중 '열차가 무슨 역에 도착했다'고 말하면 시청자들이 곧바로 'NRK 2'로 채널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시청자들은 소셜네크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방송을 본 소감을 함께 공유했어요. '마치 내가 그 열차 안에 타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엿죠. 첫 방송 후 한 시청자가 이런 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소심하게 7시간으로 그칠 셈인가. 134시간에 도전해 봐야하지 않겠나.'"
그로부터 2년 후 '슬로 TV'는 23명의 시민이 134시간 동안 유람선을 타고 노르웨이 피요르드 해안을 항해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320만명의 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람선 여행에 동참했다. 시청률은 36%까지 치솟았다. 지금까지 148개국에 수출됐다.
토마스 헬룸은 "유람선이 지나는 코스에 미리 와서 기다리다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던 사람들이 많았다. 탑승객조차 유람선 안에서 TV로 프로그램을 지켜봤다"면서 "여행하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직접 여행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그후 '슬로 TV'는 묵묵히 뜨개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9시간 짜리 생방송, 연어 낚시 모습을 찍은 18시간 짜리 생방송 등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