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철회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통해 개성공단의 현 상황 타개 등 남북문제의 진전에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했는데, 북한의 이러한 결정 번복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인상으로 개성공단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나, 우리 정부는 임금인상 등 문제를 남북당국간 협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북한이 과거 입장을 번복한 사례가 많이 있지만 유엔에 대해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반 총장의 발언에 공감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오랜 협의 끝에 21일 개성 방문을 추진해왔으나, 북한이 오늘 돌연 입장을 번복하여 방북 허가를 철회했다”며 “북한의 결정 번복 경위는 잘 알 수 없으나, 추후 적절한 계기에 다시 방북을 추진해 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SLBM 발사 등 엄중한 정치적 상황에 대처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민간 차원의 교류는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시에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응 등 국제사회가 단합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정부가 지속 추진 중인 북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구상 등에 대해 반 총장에게 설명하면서, 이런 사업의 실현에 있어 유엔과의 지속적인 긴밀한 협력을 희망하고 반 사무총장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4명의 송환에 대한 유엔 차원의 가능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결의의 정신에 위반되며, 북한은 열린 마음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주민생활의 개선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대해 지속 전달해 나갈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반 총장은 또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관련, 한국대표단이 뉴욕을 방문하여 실무적으로 좋은 협의가 있었으며, 유엔이 사업의 실현을 위해 관심을 갖고 계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우리의 한반도 정책을 지지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통일에 관심을 가져준 것에 사의를 표했으며, 이에 반 총장은 이들 한반도 정책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적극적인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밖에 두 정상은 유엔이 올해 중점 추진 중인 포스트(post) 2015 개발의제와 관련, 7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리는 제3차 개발재원총회,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 극단주의·테러리즘·난민문제 등 국제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이 반 총장을 청와대에서 접견한 것은 취임 첫해인 2013년 8월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이후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지난해 유엔 총회장 및 미얀마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에서 만나 환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