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피 그라프(오른쪽)와 모니카 셀레스.
[90년대 문화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토토가'는 길거리에 다시 90년대 음악이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90년대는 스포츠의 중흥기였습니다. 하이틴 잡지에 가수, 배우, 개그맨 등과 함께 스포츠 스타의 인기 순위가 실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90년대 스포츠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90년대 문화가 시작된 1990년 오늘로 돌아가보려 합니다.]현재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는 세레나 윌리엄스입니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만 19번이나 우승했습니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등의 라이벌들을 제치고 총 169주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흔히 말하는 '테니스 여제'입니다.
1990년대에는 윌리엄스를 능가하는 '테니스 여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슈테피 그라프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성기가 시작된 그라프는 통산 그랜드슬램 대회를 22번 석권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랭킹 1위를 지킨 기간도 377주로 역대 최장 기간 기록입니다.
그런 그라프도 잠시 슬럼프를 겪는데요.
25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90년 5월20일에 바로 그라프를 잠시 슬럼프에 빠뜨린 라이벌이 등장합니다. 그 주인공은 당시 열여섯의 모니카 셀레스입니다.
서독오픈테니스여자단식 결승전이었는데요. 당시 세계랭킹 1위를 달리던 그라프가 신예 셀레스에 1시간 3분 만에 0-2(4-6 3-6)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앞서 셀레스에 3연승을 달리던 그라프가 셀레스에게 당한 첫 패배였습니다. 그라프는 "겨울 스키를 타다 손가락 부상을 다친 탓에 경기 감각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라프의 충격이 더 컸던 이유는 66연승 행진이 멈췄기 때문입니다. 그라프는 1989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아란차 산체스에게 진 뒤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보유한 74연승에 8승만 남기고 있었는데요. 셀레스에게 패하면서 기록이 날아갔습니다.
그라프와 셀레스의 악연(?)이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이후 그라프는 1991년, 1992년 셀레스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그라프의 유일한 슬럼프 기간이었죠. 물론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한다면 슬럼프라 부르기에는 훌륭한 성적표였습니다. 그라프였기에 슬럼프라 불린 셈이죠.
그리고 199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대회에서 그라프의 팬이 셀레스의 등을 칼로 찌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셀레스는 이후 2년 동안 코트에 서지 못했는데요. 1995년 복귀했지만, 예전 같은 기량은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1996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다시 전성기를 찾은 그라프를 쫓아기지는 못했습니다.
슬럼프를 끝내며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 그라프는 1995~1996년에 불참한 호주오픈을 제외한 나머지 그랜드슬램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등 여제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과시했습니다. 377주 세계랭킹 1위는 남녀 통틀어 최장 기간 기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