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영 (사진 제공/KBL)
화끈하게 비웠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큰손'이 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올해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총 6명. FA와 원소속구단의 우선협상 마감일을 앞두고 삼성이 6명 전원과 계약을 맺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농구계에 번졌다. 샐러리캡을 시원하게 비워놓겠다는 의도로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6명 중 2명과 FA 계약을 맺었다. 우선협상 마감일인 15일 이정석, 이동준과 각각 계약기간 2년, 보수총액 1억8천만원(연봉 1억5천만원, 인센티브 3천만원)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 4억원을 받은 이동준은 무려 55%의 삭감률을 기록했고 이정석 역시 종전 2억5천만원에서 28%가 깎였다.
그런데 두 선수는 계약과 동시에 삼성을 떠난다. 삼성은 이동준과 이정석을 SK로 이적시키는 조건으로 베테랑 가드 주희정과 신재호를 영입하기로 했다. 트레이드는 FA 시장이 막을 내린 이후인 6월1일에 공식 시행된다.
주희정은 작년 SK와 계약기간 2년에 보수총액 2억2천만원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트레이드로 인한 샐러리캡의 압박은 없다.
삼성은 차재영, 김동우, 김태주, 조준희(은퇴) 등 나머지 4명의 FA와 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로 인해 4억원 이상의 샐러리캡 여유를 확보했다.
게다가 최하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 성적을 근거로 계약이 남은 선수들은 연봉 삭감이 예상된다.
삼성이 최소 10억원 이상의 샐러리캡 여유를 확보했다는 것이 농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제 시선은 FA 영입시장에 쏠린다. 윤호영(원주 동부), 하승진, 김효범(이상 전주 KCC), 강병현, 정휘량(안양 KGC인삼공사), 이현호, 정재홍(이상 인천 전자랜드), 기승호(창원 LG) 등 주요 FA들은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었다.
그렇다고 해서 FA 대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태영, 전태풍, 이승준이 FA 시장에 나왔다. 여기에 원소속구단 창원 LG와 협상이 결렬된 문태종 역시 자유계약이 가능하다.
이들은 행선지에 따라 차기 시즌 프로농구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그중 최대어는 문태영이라는 평가다. 문태영은 지난 시즌까지 울산 모비스에서 리그 3연패를 이끈 주역 중 한명이다. 만 37세의 적잖은 나이지만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모두 소화해내면서 여전히 위력적인 득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지난 시즌 기록한 평균 16.9점은 국내선수 중 최고 기록이다.
FA 4명은 입찰제를 통해 새로운 소속팀이 정해진다.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구단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적은 구단과 그 금액의 10% 이내의 금액을 제시한 구단에 한해 선수가 팀을 고를 수 있다.
해당 선수와 직접 협상을 벌이는 것이 아닌만큼 구단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쩐'이다. 2년 전, 창원 LG가 예를 보여줬다. LG는 문태종을 잡기 위해 예상보다 훨씬 많은 6억8천만원을 제시하는 파격적인 수를 뒀다.
문태영의 경우 2008-2009시즌 김주성(원주 동부)이 받은 KBL 역대 한시즌 최고 연봉 7억1천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이 올해 FA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문태종과 김시래(군 입대)를 떠나보낸 창원 LG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기승호와 보수총액 3억원의 FA 계약을 맺었지만 FA 4인방 중 최소 1명을 영입할만한 샐러리캡 여유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다수의 구단들이 FA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다만 모비스와 부산 케이티는 문태영과 전태풍이 각각 떠나면서 샐러리캡 여유를 확보했으나 차기 시즌 리빌딩을 선언한만큼 FA 시장의 '큰손'을 자처할지는 미지수다.
FA에 대한 타 구단 영입의향서 제출 기간은 16일부터 20일까지다. 복수의 영입의향서를 받은 선수에 한해 21일부터 24일까지 선택의 시간이 주어진다.